사법시험 폐지 후 공익법무관이 급격히 줄면서 이들에게 국가 송무와 법률구조(법률 자문과 지원 등) 업무를 맡겼던 기관들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적 사정 등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돕는 대한법률구조공단(법률공단) 내부에선 업무 차질을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취약계층 지원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6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신규 임용 28명을 포함한 공익법무관 규모는 총 142명이다. 공익법무관은 변호사 자격이 있는 병역 미필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도로, 3년 복무가 기본이다. 이들은 법무부와 대검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에 배치돼 법률사무 처리 업무를 하고 있다.
공익법무관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6년 622명으로 올해보다 4배 이상 많았다. 5년 만에 78%가 감소한 것이다. 신규 임용 공익법무관의 경우 205명에서 28명으로 7분의 1 수준이 됐다. 2017년 178명이던 공익법무관은 사법시험과 로스쿨의 병존 기간이 끝나자 이듬해 86명으로 반토막났다.
공익법무관이 감소한 이유는 로스쿨 도입으로 사법시험처럼 '소년 등과'가 힘들어진 데다, 군 제대 후 로스쿨에 진학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사가 급증하면서 취업 문턱이 높아진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공익법무관 경력이 취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일반 군인의 복무기간(18개월)보다 훨씬 긴 36개월 근무을 고려하면, 변호사 취업 시장에서 큰 장점은 아니란 이야기다. 로스쿨 재학생 박모(26)씨는 "기업 법무팀과 로펌의 채용이 상반기에 활발한데, 공익법무관 소집해제 시기가 7월이란 점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이 선호하지 않거나 예산 문제로 공익법무관에 의지해왔던 기관들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변호사 선임비용을 구할 수 없는 취약계층 소송 업무를 돕는 법무부 산하 법률공단은 업무 과중이 심각하다. 법률공단은 전국 지부 18개 및 출장소 41곳과 지소 74곳의 소송 업무를 변호사 115명과 공익법무관이 맡고 있다. 2016년 175명에 달하던 공익법무관은 지난해 60명까지 줄어들더니 올해는 24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법률공단은 지난달 공익법무관 공백을 감안해 기획재정부에 변호사 51명을 추가로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소속 변호사 1인당 사건 수가 2016년 635건에서 올해 915건(추정)으로 44%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법률공단 소송구조 사건은 지난해 13만6,475건으로 본안 사건만 6만7,882건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인력과 업무 조정 등 근본적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년 내 신규 임용 공익법무관이 10명 미만에 머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법률공단 소속의 한 변호사는 "법무사관후보생 중 일부를 국방부가 선점하고, 국가 송무 강화를 이유로 법무부에 공익법무관을 다수 배치하는 탓에, 다른 기관들의 인력난은 악화하고 있다"며 "약자들을 위한 법률구조 업무가 방치되지 않도록 조속히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