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체인 삼성SDI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징후는 주가 흐름에서 확인된다. 삼성SDI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36%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2%대의 상승세에 그친 코스피에 비하면 삼성SDI 주가는 폭등세에 가깝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에 비해서도 단연 돋보인다. 특히 6월까지 순매도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의 태도가 반전, 최근 3개월 동안 123만 주 이상을 사들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심리가 반전된 배경은 미국 시장 진출 가시화다. 최근엔 구체적인 현지 공장 건설 지역까지 언급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의하면 딕 더빈 상원의원은 12일 "삼성SDI가 일리노이주 노멀 지역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멀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인 리비안의 생산공장이 있다. 삼성SDI는 4월 리비안과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SDI가 완성차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리비안에 공급할 배터리 제조에 각각 최소 3조 원, 1조 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SDI 관계자들이 스텔란티스와의 배터리 공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 디트로이트에 출장 중이라고 전했다.
스텔란티스와 리비안뿐만 아니라 삼성SDI의 기존 유럽 고객사들도 미국에 진출한다면 더 큰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각형 전략을 취하고 있는 폭스바겐의 북미향 배터리 물량 공급이 가시화할 경우, 추가 증설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K배터리 중 폭스바겐이 선택한 각형 배터리가 주력인 유일한 업체란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중 파우치형을 선택한 곳은 없다. 제2의 테슬라로 꼽히는 리비안 역시 삼성SDI의 각형 배터리를 택했다. 유럽 시장도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늘려가면서 각형에 주력하는 추세다. 다임러 그룹과 중국의 CATL이 연합전선을 구축한 게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원통형을 택했을 때 대부분의 전기차 업체들이 원통형을 들여다봤다"며 "세계 1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의 선언 이후 각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고, 특히 유럽 시장에서 각형의 확장은 삼성SDI에 호재"고 진단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5세대(Gen.5) 전기차용 배터리도 삼성SDI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한 번 충전에 600㎞를 주행할 수 있는 이 배터리의 경우엔 20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 기술을 접목, 사용자 편의성도 크게 높였다. 삼성SDI는 "5세대 배터리에는 니켈 88%의 하이니켈 NCA 기술이 적용됐다"며 "배터리 용량을 극대화하면서 알루미늄 소재와 특수 코팅 기술을 더해 배터리 열화는 최소화해 주행거리와 안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밝혔다.
5세대 배터리가 양산되면 수익성 개선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5세대 셀 양산 본격화와 수익성 낮은 2세대 이하 비중 축소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며 "지난해 3세대 이상 비중은 50%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7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