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됐음에도 공항 이용객 수가 별반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된 후에는 오히려 이용객이 늘었다.
14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된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1일까지 31일간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공항 여객 수(출발·도착 합계)는 587만75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44만9,509명)에서 고작 7% 웃도는 수치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동기(571만3,554명)보다는 2% 가량 증가했다. 직전 한 달(6월11일∼7월11일)간 여객 수(636만3,572명)보다는 8% 남짓 감소했다.
거리두기 4단계가 여름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비수도권 휴가지를 중심으로 이동 수요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제주공항에는 231만496명이 몰렸고 김포공항에는 195만8,307명이, 김해공항에는 75만5,171명이 다녀갔다.
휴가철 이동이 사그라들 조짐이 안 보이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비수도권 거리두기를 일괄적으로 3단계로 격상했다. 그러나 휴가 극성수기인 '7월 말 8월 초'에 접어들면서 이번 2주간 국내선 여객 수(272만7,735명)는 직전 2주간(262만2,818명)보다 오히려 4% 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하늘길이 여전히 북적이면서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시행 초반에는 감염 전파 차단 효과가 약 30%까지 상승했는데, 이후 7월 말 이동량이 최대 30%까지 늘면서 효과가 점점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당부가 실제 이동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만큼 더 강력한 조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외국에서 시행했던 것처럼 자영업자에게 보상하는 전제로 저녁 식당과 술집의 문을 닫고, 새벽 시간대 통행금지 조치까지 내리면 이동량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