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 지원금 지급사업 여론 도마에... 9단계 외주 ‘적절하다’고?

입력
2021.08.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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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중 하나인 중소사업자를 위한 지원금 배분 업무를 민간에 위탁했다. 이와 관련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이 검사 결과 무려 9차 하청까지 이뤄진 사실을 밝히고도 “적절하다”고 평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직접 지원금을 주지 않고 업체에 위탁함으로써 이들 업체가 이익을 챙기고 세금을 낭비하는 데 여론이 들끓었지만 ‘문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지속화 급부금’ 사업의 민간 위탁 과정에서 재위탁이나 외주가 반복된 문제에 대해 조사한 최종 결과를 지난주 발표했다. 정부는 9단계까지 이뤄진 재위탁에 대해 “절차나 거래의 적절성을 확인했다”고 결론 냈다.

지속화 급부금 사업이란 코로나19로 매출액이 급감한 중소사업자 등에 최대 200만 엔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는 이 같은 보조금을 관련 부처 산하기관이나 지자체 등 행정기관에서 직접 신청을 받고 지급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이 사업을 실행하는 업무를 ‘서비스 디자인 추진협의회’라는 일반 사단법인에 위탁했다. 2016년 광고대행사 덴츠, 인재파견회사 파소나 및 IT아웃소싱 업체 트랜스코스모스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된 이 협의회는 직접 실행인력 없이 경제산업성 사업을 위탁받아 기업에 재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실제로 이 협의회는 정부와 최종 계약한 669억 엔 중 95%에 해당하는 640억 엔을 주고 덴츠에 재위탁했다.

덴츠는 640억 엔의 10%인 58억 엔을 일반 관리비로 계상해 이익을 남기고 이 사업을 자회사 등 다른 기업들에 재위탁했는데, 이들 역시 이익을 남기고 재위탁을 거듭해 총 9차 하청에 이르렀다. 이렇게 위탁을 받은 기업 중에는 협의회 설립에 관여한 파소나나 트랜스코스모스 같은 기업이 포함돼 있다. 도쿄신문은 “이렇게 ‘가족 기업’에 외주를 반복하면 1개사만의 이익도 그룹 전체로 보면 이익을 최대화할 수 있다”면서 “덴츠가 중심이 돼 고안한 이익률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덴츠 관계자 발언을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경제산업성은 이를 “전례 없는 대규모 사업으로, 각 지역별 신청을 받고 지원하기 위해 다수 기업에 외주를 주는 것이 필요했다”고 정당화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덴츠나 파소나 같은 기업들이 경제산업성 관료와 결탁해 세금으로 부당한 이익을 올린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경제산업성 관료 마에다 야스히로가 미국에서 주최한 파티에 협의회 임원 등이 참석한 사실이 지난해 폭로된 바 있다. 그동안 협의회가 수주한 사업은 모두 마에다가 담당한 경제산업성 서비스정책과에서 나온 사업으로, 마에다는 이후 중소기업청 장관을 맡아 급부금 사업까지 맡았다. 그는 지난해 국회에서 협의회와의 관계를 추궁당하기도 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