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보수라고?... 최재형의 정책관은 '찐보수'에 가까웠다

입력
2021.08.16 10:00

'까미남(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남자)'이라는 별명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로 주목받아 온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성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책 제시까지는 아니지만, 정치 입문 이후 그가 공식 석상에서 내놓은 정책과 관련한 발언을 통해서다. "그렇게 보수적인 인사는 아니다"라는 스스로의 진단이 무색할 정도로 보수 진영에서도 "이념적으로 우측에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많다.

"왜 정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나"

'찐보수'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은 국가관이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강연에서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 그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밝혀 논란을 불렀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영역을 넓히는 '작은 정부론'을 강조한 것이지만, 여야를 불문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정부가 져야 할 아무 책임도 없다면 최 후보는 도대체 무엇을 책임지기 위해 대선에 나왔느냐"고 반박할 정도였다. 이에 최 전 원장은 "정부의 역할은 국민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과 여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경제 비전도 마찬가지다. 그는 13일 "대통령에 취임하면 100일 동안 정부 규제의 신설·강화를 동결하고 필수규제를 제외한 모든 규제에 대해 원점에서 필요성과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며 사실상 첫 번째 대선공약으로 '규제 완화'를 내세웠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면 기업이 돈을 벌고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신자유주의 논리다. 그는 분양가 상한제, 대출 규제, 임대차 3법은 물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찬성했던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불량 규제'로 규정했다.

노동자 보호보다 기업 활동에 초점

그의 노동관도 '노동자 보호'보다 '기업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저임금제, 주 52시간 근무제, 중대재해법에 비판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나 다름없다" "주 52시간제는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과도하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등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노동조합에 대해선 "귀족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기득권이 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복지 확대엔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최 전 원장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을 비판하면서 "복지는 국민의 혈세를 자기 돈처럼 뿌려서 표를 사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4일 대선출마 회견 당시 기본소득 대안을 묻자 "지원 시스템을 정비했으면 좋겠다. 복지 시스템이 전체적으로 너무 복잡하고, 중복되거나 공백이 있다"고 정비에 초점을 뒀다. 지난 대선부터 '중부담·중복지'를 내세운 유승민 전 의원과도 거리가 있다.

경제총괄 '민부론' 주도 김종석... 유승민도 "굉장히 오른쪽"

그의 보수성향은 인선에서부터 예견된 바다. 최 전 원장 캠프의 경제정책 총괄을 맡은 김종석 전 의원은 2019년 황교안 대표 시절 '민부론'을 주도한 보수성향 경제학자다. 민부론은 자유로운 노동시장 구축과 민간주도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웠으나, 성장 위주 '반노동·친기업'이라는 평을 받았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는 당내 경쟁주자들은 최 전 원장의 정책관을 비판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과 묶어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굉장히 오른쪽에 계신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 전 원장의 '작은 정부론'에 대해 "국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