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원지로 꼽히는 중국이 팬데믹으로 인한 전세계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글로벌 1위 게임업체인 텐센트는 코로나 특수에 힘입어 수익이 급증했으며, 비대면 소통의 일상화와 짧은 동영상의 인기몰이로 인해 틱톡이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제치고 전세계 다운로드 수 1위 앱으로 등극했다. 또한 온라인 전용 패션업체인 쉬인은 미국 내 패스트패션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아마존을 제치고 최다 다운로드 쇼핑앱으로 급부상했다. 이외에도 과거 ‘대륙의 실수’라 불리던 샤오미는 지난 6월 전세계 스마트폰 월간 판매량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깜짝 1위에 올라 ‘대륙의 기적’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막대한 외자유치와 규제완화를 통해 ‘BATX’(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를 비롯한 수많은 빅테크 기업을 배출한 중국은 최근 들어 국가권력을 총동원한 전방위 기업규제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의 상장을 중단시키고 약 3조 원가량의 반독점 과징금을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텐센트를 비롯해 차량공유업체인 디디추싱과 배달플랫폼업체 메이퇀 등이 철퇴를 맞았으며, 사교육 금지정책으로 온라인교육산업은 해체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중국의 갑작스러운 자국 기업 압박으로 인해 지난 한 달간 중국의 24개 주요사 창업주들의 자산가치가 약 100조 원가량 증발하고, 해당 기업들의 주식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공산당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국 기업들의 탈중국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급기야 알리바바의 성공신화를 대표적 투자 사례로 내세우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마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했다.
결국 중국 기업들은 아무리 날고 뛰어봤자 공산당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그동안 ‘중국식 시장경제’로 포장해 글로벌 IT산업 패권을 장악하고 전세계 수십억 인구가 이용하는 모바일 앱과 스마트 기기를 통해 막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중국이 이제는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주창하며 기업과 시장을 공산당의 입맛대로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얼마 전 인터넷기업 수십여 곳을 소집해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으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이 인터넷기업에 대한 과격한 제재에 나선 까닭은 자국 기업이 보유한 국내외 이용자 데이터를 중국의 핵심 자산이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에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가 크다. 실제로 중국은 방대한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연구분야에서 미국과 견줄 만한 세계 제일 과학대국으로 떠올랐으며, 자국민과 법인에 통합사회신용번호를 부여해 신용도에 따라 혜택과 불이익을 주는 ‘사회신용 제도(Social Credit System)’를 구축했다. 공산당이 각종 개인정보와 안면인식정보를 이용해 국민과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감시사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되는 내년 가을까지 중국의 전방위 반시장 규제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며,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데이터보안법’과 맞물려 중국 내 외국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시진핑 장기독재를 통한 ‘신 전체주의’ 속내를 드러낸 중국에 맞서 우리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틱톡 등 중국앱을 통해 우리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와 대응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