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이팅” “유전무죄”… 아수라장 된 가석방 현장

입력
2021.08.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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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오전 10시 서울구치소 나와
가석방 찬반 단체 몰려 구호 외치고 설전
이재용 "국민께 송구, 열심히 하겠다" 사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가석방됐다. 13일 이 부회장이 출소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은 가석방 찬반 세력들이 몰려들어 구호를 외치고 설전을 벌였다. 수척한 모습으로 구치소를 나선 이 부회장은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인 뒤 현장을 떠났다.

"황망" "환영" 구치소 앞은 아수라장

이날 오전 10시 이 부회장 출소를 앞두고 구치소 앞은 일찍부터 북적였다. 이번 가석방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이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앞세우고 저마다의 주장을 펼쳤고, 여기에 취재진과 유튜버까지 가세하면서 소란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민주노총 등 가석방 반대 단체들은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가석방으로 신분제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삼성의 또 다른 불법을 감시하고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주장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국정농단 범죄자가 자유의 몸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니 황망하고,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나 자괴감이 든다"면서 "재벌을 개혁하고 초법적 사익추구 행위를 관용하지 않겠다던 정부 공약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반면 이 부회장 지지자들은 '고생하셨습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드십시오'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그의 가석방을 환영했다. 이들이 가석방 반대 단체들의 기자회견에 난입해 바닥에 드러눕거나 욕설을 하면서 대치 상황이 벌어졌지만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흰머리·노타이 정장 차림… "국민께 송구"

출소 시간이 임박하자 현장의 모든 시선은 구치소 출입문으로 쏠렸다. 이 부회장은 오전 10시 5분쯤 걸어서 구치소를 나섰다. 노타이 정장 차림인 그의 머리는 군데군데 희끗하게 샜다.

이 부회장이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이 부회장 이름을 연호하거나 "이재용 파이팅"을 외쳤다. 반대 단체들은 "(가석방에) 반대한다"를 연호했고, 한 청년단체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나라"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 정말 죄송하다"면서 "저에 대한 걱정, 비난, 우려, 그리고 큰 기대를 잘 듣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심경이 어떤지'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반도체와 백신 중 어느 것이 우선이냐'는 등의 질문엔 대답하지 않은 채 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검은색 G80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다.

오지혜 기자
이해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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