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만 친일 청산 작업… 친일파 행적 아는 걸로 재개해야”

입력
2021.08.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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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만화 '친일파 열전' 펴낸 박시백 작가]
독립은 물론 친일 역사 기억도 후손의 도리
친일파 후손이 선대 행적 합리화하는 지경
사회적 공론화 위한 '제대로 알기'에 보탬되길

대표작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역사 만화를 그려온 박시백(57) 작가가 신간 '친일파 열전'을 펴냈다. 광복 후 7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친일파가 건재하다고 봐서다. 친일 당사자들은 수명을 다해 세상을 떠났을지라도, 후손들은 윗대가 형성한 재산과 권력을 기반으로 위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게다가 그들이 사회 주류로 자리 잡고 선대의 친일 행각을 지우거나 합리화하려 든다고 그는 지적한다.

광복 76년 흘렀어도 건재한 친일파

1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만난 박 작가는 "독립의 역사는 물론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후손 된 도리"라면서 "친일 청산이 여전히 유효한 시대적 과제라고 보고 '친일파 열전'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포함해 최근 한일 간 긴장 관계를 언급하면서 "일본 측 주장이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았는데도 국내에선 '한국 측에 잘못이 있다'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며 "이런 모습이 친일파가 건재하다는 증거"라고도 했다.

박 작가가 민족문제연구소와 손잡고 3부작으로 펴낸 이 책은 대표적 친일 인사들이 어떻게 탄생해 세를 불리고 부를 쌓았는지, 해방 이후엔 어떻게 죗값을 피했는지를 상세하게 추적한다. 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389명 중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150여 명을 추려 다뤘다.

7년여에 걸쳐 일제강점기 역사를 다룬 '35년'(전 7권)을 완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칠 만도 했지만, 박 작가는 차기작을 미루면서까지 연구소의 작품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35년'은 내용이 방대해 (독자가)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편입니다. 친일파 관련 부분만 추려 책을 내자는 연구소 제안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 수락했습니다."

"제대로 된 기억이 곧 청산"

박 작가는 이번 책이 우리 사회가 친일파 정체를 정확히 기억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해방 직후 친일파 청산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이제 와서 친일 행적을 합리화하려는 시도까지 목도하게 됐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친일파를 기억해야, 엄혹한 시대에 대의를 따른 독립운동가들을 제대로 예우할 수 있다는 게 작가의 입장이다. "80년대 이후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 등으로 전환점을 맞긴 했지만, 여전히 친일 인사를 기리는 기념관, 기념비 등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죠. 독자들이 책을 읽고 '이 사람도 친일파였구나'라고 깨닫게 됐으면 합니다."

박 작가는 제대로 된 기억이 선행돼야 친일파 문제 해결의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는 "대표적 친일파인 이광수의 문학 작품이나 안익태의 애국가 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수용해야 할지를 판단하려면, 국민들이 이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모두가 (친일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기반 위에서 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결정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이번 책으로 일제강점기 연재를 마친 박 작가의 다음 목표는 고려사다. 그는 "과거사는 조선왕조실록처럼 정해진 문헌이 있지만, 현대사는 내가 일부만 알고 있거나 편향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향후 2~3년 안에 고려사를 다룬 역사만화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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