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법무부의 '이중 잣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사관이 기소되면 즉각 직무배제 조치를 취하지만, 정 차장검사나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검사들이 기소될 경우엔 징계는커녕 오히려 영전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기소된 검찰 구성원들에 대한 징계 기준을 명확히 하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은 정 차장검사가 기소되자 지난해 11월 법무부에 그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법무부는 그러나 대검 요청을 무시하고, 대신 대검 감찰부에 정진웅 차장검사를 기소한 서울고검의 조치가 적절한지 진상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기소된 피의자를 징계하지 않고, 기소한 수사팀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당시에도 수사팀에 대한 진상조사 지시는 정권 의중을 반영해 수사한 정 차장검사를 비호하기 위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일었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징계 혐의자에게 직무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는데, 추 전 장관은 정 차장검사를 직무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팀을 혼내주려고 했기 때문이다.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도 마찬가지다. 이 고검장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던 2019년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올해 5월 기소됐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이 고검장은 직무에서 배제되기는커녕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던 정 차장검사 역시 광주지검 차장검사로 승진했다. 반면 정권의 눈밖에 난 한동훈 검사장은 피의자로 입건됐다는 이유만으로 세 차례나 좌천 인사를 당했다.
기소된 검사들이 영전한 반면, 기소된 검찰 수사관은 곧바로 직무배제됐다. 똑같은 검찰 구성원이지만, 검사인지 아닌지에 따라 차별이 생긴 셈이다. 법무부는 이달 5일 검찰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소속 이모 서기관을 보직 해임했다. 이 서기관은 교회 여성 신도들에게 종교적 지배관계를 이용해 아버지와 삼촌을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무고)로 기소됐다. 국가공무원법상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를 배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검찰에서 20년 이상 근무해온 한 수사관은 “똑같이 기소됐는데 처분이 다른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러니까 검찰개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기소됐다고 무조건 직무배제하는 건 아니지만, 결정권자의 자의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