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기존 약물 3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착수한다.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탓에 백신만으론 감염병을 막는 데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효과적인 치료제가 개발되면 코로나19 극복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WHO는 11일(현지시간) “다른 질병에 사용돼 온 약물 3종이 코로나19 치료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시험 ‘솔리더리티 플러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험 대상 약물은 인도 제약사 Ipca가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알테수네이트’와 스위스 노비티스가 생산하는 특정 암 치료제 ‘이매티닙’, 크론병과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쓰이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인플릭시맵’이다. 독립적인 전문가 패널로부터 코로나19 환자의 사망 위험성을 감소시키는 가능성을 인정받은 약물들이다.
알테수네이트는 중증 말라리아 치료에 권장되는 표준 용량으로 7일간 정맥에 투여한다. 이매티닙은 14일간 1일 1회 경구 투약하는 방식이고, 인플릭시맵은 크론병 환자에게 장기간 투여되는 표준 용량으로 1회 정맥에 주사한다. 약물은 각 제약사가 무료로 WHO에 제공한다.
이번 임상시험엔 52개국 600여개 병원에서 근무 중인 연구자 수천 명이 참여한다. WHO는 “전례 없는 글로벌 공동 연구 프로젝트”라며 “단일한 프로토콜 아래 동시에 여러 치료 과정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약물이 코로나19 사망률(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한층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임상시험을 진행했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와 말라리라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항바이러스제 인터페론 등 약물 4종은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종 임상시험 결과는 다음달 발표될 예정이다.
WHO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현재 속도라면 내년 초에는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며 “얼마나 빨리 도달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린 일”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2억 명을 넘어선 건 한국시간 기준 이달 4일이다. 1억 명 돌파 시점은 올해 1월 26일로, 중국 우한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2019년 12월 31일)된 지 1년 1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1억 명에서 2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엔 그 절반인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WHO 예측대로라면 3억 명에 도달하는 시간은 좀 더 단축돼 고작 5개월 정도만 남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만큼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12일 현재 전 세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억555만명, 사망자는 433만 명에 달한다. WHO는 이날 보고서에서 이제는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델타 변이가 현재까지 142개 국가에 퍼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