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잣값도 오른다...생필품 이어 기호식품 '줄인상' 현실화

입력
2021.08.13 15:30
롯데, 평균 12.2%…해태, 평균 10.8% ↑
내달 1일부터 제과업계 줄인상 조짐
제빵·음료 인상 전망도

국제 곡물가격 상승이 라면에 이어 과잣값까지 밀어올렸다.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주요 과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제과업계에도 우려했던 '도미노 인상'이 현실화했다. 올 초부터 즉석밥과 두부, 라면 등 집밥 품목이 잇따라 오른데 이어 제과업계가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기호식품의 줄인상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내달 1일부터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중량을 축소한다. 인상되는 품목은 롯샌, 빠다코코낫, 제크 등 11종이다. 원재료에 밀가루가 많이 포함된 과자라는 게 공통점이다. 인상폭은 중량당 가격 기준으로 평균 12.2%다.

앞서 해태제과는 이달부터 홈런볼, 맛동산, 버터링 등 주요 5개 제품을 평균 10.8% 인상했고, 오뚜기도 라면스낵 뿌셔뿌셔의 가격을 7.9% 올렸다. 다만 오리온은 과자류 인상 계획이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내부적인 운영효율화 방침으로 최대한 원자재 가격 인상 부담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과의 경우 라면보다 밀가루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높지 않아 라면값이 인상될 때도 업계는 원가 상승 압박을 감내해왔다. 하지만 밀가루에 이어 최근 다른 부자재 가격까지 상승해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뿐 아니라 유지부터 설탕, 포장재까지 부자재가 안 오른 게 없다"며 "오랫동안 누적된 인상 압박에 원·부자재 가격 상승까지 겹쳐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2분기 실적 타격의 직접적인 요인이 된 것도 줄인상을 재촉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5,017억 원)과 영업이익(551억 원)이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6%, 36.1% 줄었다. 롯데제과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5% 줄어든 248억 원을 기록했다.

과자 가격 인상 지렛대는 또 남아 있다. 정부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낙농업계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원유 가격이다. 지난해 결정된 대로 원윳값이 L당 21원씩 오르면 원유가 들어가는 제과 및 제빵 제품 가격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 필요한 몇몇 제과 제품과 제빵, 음료로까지 하반기 가격 인상이 확대될 것"이라며 "기호식품 줄인상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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