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 9조 들여 건강보험 보장률 고작 1.6%p 올렸다

입력
2021.08.1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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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누적금  2023년 2조 원대 예상... "적자 우려"

건강보험(건보) 보장률을 70%대로 높이겠다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9조 원가량 환자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2017년 시행 이후 3년간 건보 보장률은 1.6%포인트 오른 64.2%에 그쳤다. 또 건보 누적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보 재정 악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2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시행 4주년을 맞아 이런 내용의 주요 성과를 발표했다.

문재인 케어 '2022년 건보 보장률 70%' 목표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직후 31조 원을 투자,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을 62.6%에서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비급여 진료의 급여화(건보 적용)를 확대하고, 노인·아동·여성·저소득층 등의 의료비는 대폭 낮추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 항목, 즉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간병비 개선을 위해 선택진료비는 폐지하고, 2‧3인실에 건보를 적용했다. 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도 2017년 2만6,381병상에서 올해 6만287병상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초음파·MRI(자기공명영상) 검사도 건보 적용을 단계적으로 늘렸다. 그 결과 상급종합병원 건보 보장률이 2017년 65.1%에서 2019년 69.5%로, 종합병원 보장률은 63.8%에서 66.7%로 늘었다.


9조 원대 부담 지고도 64.2%에 그쳐

그러나 동네병원, 치과, 한의원 등 전체 병원들을 다 포괄하면 건보 보장률은 2019년 말 기준 64.2%로 문 케어 이전보다 1.6%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이 추세라면 '2022년 건보 보장률 70%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더러, 들인 돈에 비해 증가한 비율이 적다.

이 문제는 문재인 케어 도입 당시, 이미 예견된 바이기도 하다. 건보 적용 항목을 늘리면, 의료기관들은 불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이 '비급여 풍선효과' 우려는 계속 지적됐다. 지난 6월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은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섞어 쓰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금지' 같은 강력한 통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정부도 건보 보장률이 생각보다 적게 올랐다는 지적은 받아들인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보장률 관점에서 보면 맞지만 '중증질환 보장률 확대'라는 정책 목표 달성이란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난임시술이나 중증치매 등 그간 비용 부담이 상당했던 진료에는 확실한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건보 재정 불안, 실손보험료 인상 우려도

건보 재정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답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가 초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건보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 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다행히 지난해 말 기준 건보 재정 준비금은 17조4,000억 원 규모는 된다. 하지만 이건 코로나19 사태가 낳은 의외의 효과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 쓰기와 개인 위생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호흡기 질환들이 대거 줄었고, 그 덕에 급여 지급도 대폭 줄었다. 하지만 급여 대상 확대로 앞으로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면 2023년 건보의 재정 준비금은 2조2,000억 원대까지 줄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여기다 실손보험 보험료를 올리는 부작용까지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보 보장률 강화로 과다 치료가 일어나고 이게 다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국장은 “애초 문재인 케어는 '건보 보장률이 올라가면 보장성이 강화돼 실손보험 가입도 줄어든다'고 했지만, 실제 현실은 정반대"라며 "건보 재정은 재정대로 투입되고, 실손보험료는 보험료 대로 올라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윤주 기자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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