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압박, 공정위 동원'…바이든, 휘발유 가격 잡기 선제대응 총력전

입력
2021.08.1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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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휘발유 가격 계속 올라...물가 상승 인플레 우려
백악관, OPEC+ 석유 증산 촉구 성명 이례적 공개
FTC, 검찰 동원 휘발유 시장 가격 담합 조사 압박


미국 백악관이 기름값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산유국에 석유 추가 증산을 요구하면서다.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의도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검찰까지 총동원해 휘발유 시장 가격 담합 가능성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 최고치로 뛰어오른 휘발유 가격 때문에 조 바이든 행정부 지지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OPEC의 석유 증산 계획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불충분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높은 유가는 경제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OPEC+ 산유국들이 경제 회복을 위해 더 많이 공헌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지난해 석유를 감산했던 OPEC+는 8월 들어 하루 40만 배럴 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석유 수요는 폭증하고 있고 가격 역시 급등하는 상황이다. 10일 기준 미국 휘발유 소매 가격은 1갤런(3.78리터)당 3.186달러로, 한 달 전(3.143달러)보다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서는 갤런당 1달러 넘게 올랐다. 2014년 이후 최고 가격이다.


특히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5.4% 상승했고,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5%대 중반을 기록했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월간 증가율로는 최고 기록이다. 휘발유(41.8%), 여성복(18.5%), 중고차(41.7%), 스테이크(10.7%) 등 거의 모든 소비재가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올랐다.

백악관이 OPEC+에 석유 증산을 요구하고, 이런 상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가를 중심으로 한 물가 상승 추세가 심상치 않고,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이미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OPEC 핵심 국가와 접촉해 기름값 급상승을 막기 위한 조치도 논의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가 가계예산에 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부가 기름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떠한 도구라도 사용하기를 원한다”라고 밝혔다고 미 CNBC는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특히 ‘기업 저승사자’인 FTC는 물론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 상품선물거래위원회, 각 주(州) 검찰총장에게도 미국 휘발유 시장 감시와 조사를 지시했다. 업계 가격 모니터링, 인수합병(M&A) 활동 검토, 시장 조사, 시장 조작 및 반(反)경쟁 관행 조사 등을 통해 휘발유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것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FTC가 이 시장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휘발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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