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경부 짧아진 임산부, 자궁경부봉합 수술하면 조산 위험 4배

입력
2021.08.11 15:42

자궁 경부(頸部)가 짧아진 임산부에게 ‘자궁 경부 봉합 수술(맥도널드 수술)’이 오히려 심한 태반 염증과 임신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궁 경부 길이는 질 초음파 검사로 측정하며 임신 16~24주에 측정한 길이가 2.5~2.0㎝ 미만일 때 짧다고 정의한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박혜아 임상강사, 최석주 교수, 노정래 교수 연구팀이 2008~2019년 자궁 경부 봉합 수술을 받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310명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해당 산모들의 자궁 경부 길이에 따라 미국산부인과학회에서 권고한 수술 적응증에 해당했던 그룹과 해당하지 않았던 두 그룹으로 나눴다.

연구팀에 따르면 적응증에 해당하는 군보다 그렇지 않은 군에서 특히 자궁 경부 길이가 2㎝ 이상일 때 28주 이전에 조산할 위험이 4배 정도 늘었으며, 심한 태반 염증과 관련됐다.

일반적으로 조산은 전체 임신의 8~10%를 차지한다. 임신 16~24주에 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자연 조산(조기 진통 또는 양막 파수로 인한 조산) 과거력이 있는 산모의 경우 30~40%까지 조산할 확률이 증가한다.

반면 조산 과거력이 없는 저위험 산모는 경부 길이가 짧아도 조산할 확률은 18~20%에 그쳤다.

국내 보건 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 1,000명당 자궁 경부 봉합 수술을 받은 건수는 8.1~14.3명으로, 미국보다 2~4배 높다.

또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자궁 경부 봉합 수술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 최근 수술 건수가 감소 추세라고 발표한 미국 연구 결과와 대조를 이룬다.

자연 조산 과거력이 있으면서 임신 24주 이전 측정한 경부 길이가 2.5㎝ 미만이라면 자궁 경부 봉합 수술 적응증이 된다. 반면 조산 과거력이 없는 저위험 산모는 자궁 경부 길이가 짧아지면 미국ㆍ영국ㆍ캐나다 산부인과학회 지침은 모두 수술 대신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치료를 1차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오수영 교수는 “자궁 경부 봉합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안해 불필요한 수술을 시행하면 조산 및 심한 태반 염증 등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자궁 경부가 짧다고 모두 조산하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만약 수술을 하려고 한다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박미혜 이화여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 회장)는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자궁 경부 봉합 수술을 신중히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웠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대만 산부인과 학술지 ‘Taiwanese Journal of Obstetrics & Gynecology’ 7월 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