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11일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연습 광기’라고 비난하며 "잘못된 선택으로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이라는 담화를 발표한 데 이어 천안함 피격 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김 부장이 무력 도발을 예고하듯 발언의 수위를 높인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어렵게 복원된 남북 통신연락선도 다시 단절한 상태다.
한미연합훈련은 이미 4년째 야외 실기동 훈련도 없이 ‘순전히 방어적 성격’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남북 화해 분위기를 저해하지 않기 위해 규모가 더 축소됐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품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데도 북한은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했다"고 억지를 부리며 돌연 남북 대화마저 거부하고 긴장을 높이는 모양새다. 일방적으로 생트집을 잡는 것과 다름없다. 만약 북한이 선을 넘어 무력 시위나 도발을 감행한다면 남북 관계 개선과 북미 대화 재개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앞서 남북은 정상 간 친서 교환에서 신뢰 회복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젠 북한이 합의의 진정성을 달라진 모습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정부도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 원칙과 책임지는 자세를 분명히 하는 게 필요하다. 북한이 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도 청와대가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한 것은 결과적으로 내부 분열상을 드러내고 사태만 더 악화시켰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이해한다 해도 북에 끌려 다니다가 통신선도 2주 만에 다시 막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도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핵 무력만 증강될 뿐이란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기 바란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과 유인책을 고민하는 게 후환을 키우는 것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