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文정부, 국민 삶 책임지겠다고?... 그게 바로 북한 시스템"

입력
2021.08.11 11:37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1일 초선의원 공부모임의 강연자로 나섰다. 이 자리에서 시종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제왕처럼 군림해온 대통령의 역할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은 아름다운 소리 만드는 지휘자"

최 전 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초선 모임 '명불허전 보수다' 강연에 참석해 "오늘날 문재인 정부는 모든 권력을 청와대로 집중하는 청와대 정부"라며 "청와대 비서관이 '장관 위의 장관'이 돼 국정을 쥐락펴락하고, 검찰 개혁이란 이름 아래 검찰을 껍데기만 남겨놨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여러 악기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도록 하는 지휘자"라고 강조했다. 만약 자신이 당선된다면 청와대 비서실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인사수석실을 폐지해 실질적으로 대통령 보좌 기능만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라는 현 정부의 국정목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정부가 책임지느냐"며 "그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이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게 정부의 할 일"이라며 "민간부문 개입은 줄이고 세금도 전체적인 세 부담을 줄이는 게 국민 삶을 향상시키고 경제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을 염두에 둔 듯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달콤한 약속을 남발하지 않고 연금개혁 등의 난제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최 전 원장은 "이 정부는 과거에 매달리느라 개혁 과제 수행에 소홀했다. 모든 것이 다음 정부 부담"이라며 "공공부문 개혁, 노동개혁, 연금개혁은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어젠다다. 어렵겠지만 위기감을 갖고 해내겠다"고 했다.

아들 편지 언급하며 눈시울 붉히기도

'정치 신인'으로서의 소회도 밝혔다. 그는 "매일 아침 아내에게 내려주던 커피를 내려주지 못한 채 정신 없이 집을 나선 게 벌써 한 달"이라며 "60세가 넘어서 몸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제 입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말하고, 평생 들어보지 못한 말을 들으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에 능숙한 게 대한민국에 필요한 전부라면 나 같은 사람이 이 자리에 나올 이유가 없다"며 "법과 원칙이 허물어진 이 나라에 누군가는 바른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출마 배경을 재차 강조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으로 나온 성격유형검사(MBTI) 결과를 소개하며 "기대해 달라"고도 했다. 입양한 아들의 편지를 이야기할 때는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최근 아들이 '어렸을 때 고아원이나 학교에서 같이 지낸 친구를 보면 앞이 캄캄하다고 이야기한다. 아빠는 할 수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마음이 참 아팠다"며 "아들 또래 세대의 아픔을 공감하면서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