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코로나19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20대 여성이 혈전증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제주 방역당국은 A씨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 사례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항체 검사(PF4 검사)를 요구했지만 질병관리청이 여러 차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PF4 검사 요건은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20대 여성 A씨는 지난달 26일 모더나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 뒤 혈전증 증상을 느낀 A씨는 같은 달 31일 제주의 한 종합병원에서 수술도 받았다. 이에 제주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에 따른 TTS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병청에 PF4 검사를 세 차례나 의뢰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AZ)나 얀센 백신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mRNA 벡터 백신이라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제주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일반 혈전증 치료와 백신 부작용에 따른 혈전증 치료는 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질병청에 TTS 검사를 계속해서 요청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세 차례 요청 중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모더나 백신이라는 이유로, 세 번째는 혈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의 논의 결과 검사 대상이 아니라는 질병청의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일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A씨의 경우 TTS 검사 의뢰 당시 mRNA 백신 접종자였던 데다, 처음에 검사 의뢰 때는 혈소판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 있었다”며 “역학조사가 되지 않았고, 모든 자료를 받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사안을 살펴본 뒤 사건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TTS 검사 의뢰는 △AZ, 얀센 같은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을 접종한 뒤 4∼28일 이내에 TTS 의심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혈소판 수가 15만/㎕ 미만 △혈전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디-다이머(D-dimer) 검사 수치 상승 △영상검사 등으로 혈전이 확인된 경우 등이다.
이는 그간 TTS가 AZ백신 접종 부작용의 대표 증상으로 간주된 데 따른 것이다. TTS 때문에 AZ백신은 세계 각국에서 접종 연령 제한 조치가 내려졌고, 우리나라에서도 '50대 이상'으로 정해졌다. 반면 모더나 백신 등 mRNA백신은 심근염 등이 대표적 부작용으로 거론돼 왔다.
전문가들은 mRNA 백신 접종자에 대한 혈전증 검사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백신에 대한 신뢰 확보이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PF4 검사 기준을 까다롭게 해두면 아주 심한 경우에나 TTS 진단이 나온다"며 "백신 안정성에 대한 우려 해소 차원에서라도 검사 기준을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