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충격적인 '요코하마 참사'를 겪은 다음 날, 일본은 축배를 즐길 겨를도 없이 곧바로 차기 대표팀 구성 방안을 언론을 통해 알렸다.
5년간 '사무라이 재팬'을 이끌었던 이나바 아쓰노리 감독의 아름다운 퇴장과 함께 벌써 다음 감독 후보군까지 공개됐다. 그러면서 내년 3월엔 첫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늘 실전 감각의 단절 없는 일본 야구의 힘이다.
2017년 선동열 전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야심차게 전임 감독제를 도입하고도 오히려 퇴보한 한국 야구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뼈를 깎는 성찰의 계기로 삼아 향후 국가대표 운영 시스템을 원점에서 재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다음 국제대회는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게임은 2006년 도하에선 동메달의 굴욕도 겪었지만 사회인 위주로 엔트리를 꾸린 일본과 한 수 아래의 대만만 꺾으면 사실상 우승이다. 금메달의 가치와 병역 혜택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선 전 감독이 국정감사에까지 소환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아시안게임 때마다 KBO는 아마추어 선수 차출을 두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갈등도 빚었다. 아시안게임은 1998년 방콕 대회부터 프로 선수의 참가가 허용돼 우리나라도 '드림팀'을 구성해 금메달을 일궜다. 한국야구의 영광스러운 역사의 출발점이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이제는 아시안게임에 프로선수를 계속 내보내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논의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면서 선수 구성의 전면 쇄신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류 총장은 "병역 혜택을 누리는 선수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해 온 건 한국 야구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한 외교적인 이유가 더 컸다"고 덧붙였다.
2023년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릴 것으로 보이고, 4년에 한 번 치르는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도 있다. 이 두 대회는 지금처럼 프로 최정예 멤버가 나설 것이 유력하다. 2017년 23세 이하 대회로 출범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도 올해는 도쿄올림픽과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못했지만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실패로 돌아간 선동열, 김경문 감독에 이은 3대 전임 감독 선임도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입증된 과학에 기반한 야구 등 세계적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40·50대 젊은 사령탑 발탁이 유력하다. 기술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인적 구성을 마친 뒤엔 눈앞에 대회가 닥쳐서만 단발성으로 소집할 게 아니라 상시 대표팀 체제를 꾸려 중장기 플랜을 세우는 것이 핵심이다.
이 모든 일은 KBO리그 10개 구단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다. 이나바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친정팀인 니혼햄에서 가을리그 임시 2군 감독을 맡아 실전 감각을 길렀다. 대표팀 출신의 야구인은 "리그 성적에만 혈안이 돼 대표 선수 차출조차 마뜩잖아 하는 구단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한국 야구의 환골탈태는 요원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