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속영장 집행에 대한 적정 의결을 받아냈지만 법원 문턱은 넘지 못했다.
10일 전남경찰청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장흥지원은 9일 가짜 주식거래 사이트를 운영했다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A씨(32)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장흥지원은 "범죄 소명 정도와 수사 경과 등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기각 이유를 밝혔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월 가짜 주식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수십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28명을 검거했고, 이 중 6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담당 검사는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고, 이후 경찰이 재차 신청했으나 이마저도 기각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미란다 고지'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증거물을 압수한 의혹이 있어 증거 능력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이에 대해 '더 이상 보완 수사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지난달 광주고검 영장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했고, 심의위는 "A씨의 구속영장 청구가 적정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후 영장심의위 의견을 받아들여 이달 3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이 영장심의위를 통해 '영장 청구 적정' 의결을 받아낸 것은 처음이다. 전국 고검에 설치된 영장심의위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경우, 경찰 요청으로 영장 청구 여부를 심의하는 기구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지난 1월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