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하반기 연합훈련을 축소해 사전연습에 돌입한 10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이라는 비난 담화를 냈다. 이번 담화가 나온 직후 지난달 27일 복원된 남북 간 통신연락선에도 응답하지 않아 한반도 정세를 어둡게 하고 있다. 더구나 김 부부장은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고 밝혀 이번 담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임을 강조했다.
담화는 먼저 “미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외교적 관여와 전제 조건 없는 대화란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외교적 해법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 북미 교착상태는 길어질 전망이다. 이어 담화는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정부도 조준했다. 최근 통신선 복원 이후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의 기대도 따라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담화가 “남조선에 전개한 침략 무력과 전쟁 장비들부터 철거해야 한다”며 중국이 원하는 '미군 철수'를 들고 나온 것도 우려된다.
사실 북한이 문제 삼는 한미 연합훈련은 2018년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축소되면서 야외 실기동 훈련은 4년째 중단된 상태다. 더구나 이번 훈련은 통상 수준보다도 더 축소돼 진행된다. 군 당국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했다지만 남북관계를 감안한 조치인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김 부부장이 “연습 규모가 어떠하든 선제타격을 골자로 하는 전쟁시연회, 핵전쟁 예비연습”이라고 주장한 것은 과하다. 북한의 불편한 입장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를 핑계로 군사 도발을 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걷잡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인 것은 과거 한미훈련 때 북한이 유엔 제재를 넘는 도발은 하지 않은 사실이다. 이번 담화의 비난 수위가 높지 않은 점도 긍정적이나 그렇다고 북한의 반발 강도가 낮을 것으로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이번 훈련이 한반도 정세에 더는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남북 모두 신중하게 설득하고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