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금을 준들 청춘이 돌아오겠어? 직접적인 사과 한마디가 듣고 싶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안점순 할머니(1928~2018년)가 생전 인터뷰에서 늘 강조했던 말이다. 안 할머니는 “이제라도 일본이 말 한마디 사죄 한마디하면 끝날 일인데”라며 늘 아쉬워했다고 한다.
1928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4세 되던 해인 1941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일본 패망으로 3년 뒤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위안부 피해 언급은 물론 얼굴조차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왔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공개할 때도 그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세상에 목소리를 낸 건 2002년 10월, 그의 나이 75세 때다.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유엔 인권위원회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고,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심포지엄에 참여해 일본의 만행을 쏟아냈다. 다른 아시아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2015년 한일합의 무효를 외치며 위로금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 할머니는 일본의 사과 한마디를 듣지 못한 채 2018년 영면했다.
수원시는 이에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안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수원시 가족여성회관에 ‘용담 안점순 기억의 방’을 조성해 추모 공간 및 기림비를 만들었다.
피해자 허물을 벗고 여성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 평화운동가로 다시 태어난 안점순 할머니의 뜻에 따라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수원시는 또 2018년 수원시 명예의 전당에 수원을 빛낸 8인 중 한 명으로 안점순 할머니를 헌액, 사이버 명예의 전당을 오픈해 온라인으로 언제든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시는 2018년 할머니 장례를 수원시민사회장으로 치러 할머니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등 안 할머니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억의 방 개관은 미뤄졌지만 향후 시민들이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기억하고 전쟁과 폭력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