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김어준 향한 도발... "민주당 대선 경선에 개입 말라" 왜

입력
2021.08.11 08:00
민주당 대선 경선 나선 박용진의 김어준 비판 
박용진 "김어준에게 할 말은 해야"…차별화 시도
김어준 "이재명 이낙연 추미애 외 세분 기회 없다"
"이재명, '이재용 가석방' 박근혜의 논리로 말 바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최근 친여권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를 잇따라 공개 비판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 폭로나 '유치원 3법' 처리 당시 김씨가 진행하는 방송에 자주 출연하며 공생 관계를 유지한 두 사람이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관계를 재설정하는 모습이다.

박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김씨가) 민주당 경선에 대해 누구는 기회가 있고 없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김씨를 공개 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전날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김씨가 민주당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당시 "우려는 김씨가 민주당 경선에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씨가 그냥 한 사람의 구경꾼으로, 평론가로 무슨 의견을 내는지는 몰라도 우려는 김어준이 민주당 경선에 많은 영향력을 갖고 있고, 경선 과정이나 선거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김어준 의견 동조하는 주자들 싸잡아 "소신 있어야"

박 의원이 김씨를 공개 저격하기 시작한 건 군소주자들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밝힌 이후부터다. 김씨는 앞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다스뵈이다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보다 지지율이 안 나오는 세 분은 이번에 기회가 없다"며 "두 사람(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이 큰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세 분이 최종 결선에 오르기 어렵다"고 발언했다. 세 분은 박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 김두관 의원이다.

박 의원은 친여권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김씨가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추 전 장관에 대한 지지 독려로 보고 김씨의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경선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씨의 발언으로 자칫 지지자의 관심에서 더 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풀이된다.

박 의원은 김씨 의견에 동조만 하는 다른 주자들도 싸잡아 비판했다. 김씨를 발판 삼아 다른 주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비록 일부 여권 지지자들에게 눈총을 받을 수 있어도 '할 말은 한다'는 소신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요한 건 정치인의 태도"라며 "(김씨가) 영향력이 있다고 해서 맞장구를 쳐주거나 그 영향력 때문에 본인이 할 말을 못하고, 할 일을 안 하고 태도를 변경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신 있는 정치는 용기 있게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가석방, 국민이 민주당을 뭐로 볼까 부끄럽다"

박 의원은 또 법무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승인한 걸 두고 다른 주자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 같은 경우도 (지난 대선 때인) 2017년 이 부회장을 두고 '국정농단 사범에 대한 사면은 불가하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도 같이 약속하자고 압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지금 뭐라고 하냐면 '재벌이라고 특혜를 줘도 안 되지만 역차별하거나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한다"며 "이게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가석방시켜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던 논리와 똑같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에선 가석방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는데 왜 이렇게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 속이야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국민이 보시기에 촛불혁명으로 겨우 다시 세운 법의 정의, 사회 공정성이 땅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누가 봐도 이건 특혜"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촛불혁명의 정신을 이어간다고 스스로 얘기하면서 몇 년 만에 입장이 바뀌면 국민이 우리를 뭐로 볼까 걱정된다"며 "사법부, 정치권, 언론 모두 재벌 총수의 사익을 위해 이런 식으로 침묵하거나 움직이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무릎이 꺾이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