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가 10일 시작된 한미연합훈련 사전 훈련을 비난하고 나선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 가능성을 전망했다.
홍 내정자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우리와 적대적 체제로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이 일단 말로 우리에게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지만, 단거리미사일이라든지 장사정포, 이런 훈련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보인다"고 예상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홍 내정자는 도발 가능성의 근거로 북한이 공식 발표한 담화 내용을 들었다. 그는 "우리가 상당히 기만적 정권이라고 보는 북한도 공개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나름 지키려고 노력한다"며 "김여정이 지난번 (공개 성명에서) '남한이 잘 선택해라', 이렇게 했는데 결국은 하니까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제가 볼 때는 (북한이) 도발을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중대도발을 했다가는 미국이나 한국이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보면 단거리미사일 정도가 아닐까, 일단은 그렇게 생각된다"고 했다.
또 북한 사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굉장히 어려워 내부 결속을 위한 도발 필요성도 없지 않다. 홍 내정자는 "북한이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코로나19로 무역도 단절돼 더 어렵고, 또 지금 함경남도에 홍수도 나 비상이 걸렸다"며 "김정은도 자칫하면 주민들의 반발이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내정자는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반드시 (한미) 훈련을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는 발언 논란도 해명했다. 그는 "나를 완전히 반미·친북적으로 규정했는데 (내 입장은) 반드시 '(훈련을) 항상 할 필요는 없다'는 정도"라며 "(부대 이동 상황 등) 구체적인 내용을 (북한에) 알려주란 게 아니라 (전체적인) 일정이나 규모, 그들(북한)이 관심 있는 '참수작전'을 '이번엔 안 한다'는 것 등을 알려주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을 하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가 확실해진다"면서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반드시 한반도 평화를 유지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평화라는 것은 과거 냉전 시대에는 일방적으로 우리 국방력만 늘리면 보장된다고 생각했지만 탈냉전 이후에는 상대방이 위협을 느끼지 않게 적대감을 줄이고 공격하려는 의도 자체를 관리해주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수 정권이었던 노태우 김영삼 정부 때인 1990년대 초반 한미연합훈련이 필요에 의해 축소됐던 점도 언급했다.
북한 내 핵시설 사찰 요구가 거셌던 1992년 한미 양국은 대화 국면 조성을 위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오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인 '팀스피리트(Team Spirit)' 훈련 중단을 발표했고,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사찰을 수용한다는 ‘핵안전 협정’에 서명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영변 핵시설 추가 사찰 요구를 북한이 거부하며 비협조적으로 나왔고, 93년 1월 한미 양국이 규모를 축소해 팀스피리트 훈련 재개를 발표했다. 북한은 NPT탈퇴를 선언하며 맞불을 놓아 이른바 1차 핵위기에 직면했다.
결국 지난한 협상 끝에 북한이 1994년 2월 IAEA 핵사찰을 수용하기로 하자 한미 양국은 그해 3월 다시 팀스피리트 훈련 중단을 발표했다.
홍 내정자는 "보수정부도 한미연합훈련 규모를 조절하거나 중단함으로써 평화를 가져오고, 또다시 했더니 엄청난 긴장 관계로 돌아왔다"며 "진보정부든 보수정부든 상대방의 안보 위협을 고려해 줘야 우리도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지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