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에 엇갈린 대권주자들 "존중", "재벌권력에 굴복"

입력
2021.08.09 21:07


여야 대권 주자들이 9일 정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허가와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대체로 법무부의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삼성전자의 반성과 쇄신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권 일부 주자들 사이에선 “재벌권력에 대한 굴복”이란 비판이 나왔다.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 경쟁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대한 입장을 캠프의 논평으로 대신했다. 이 지사 측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사의 평소 생각”이라며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해 사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직접 페이스북에 “(이 부회장은)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썼다. 다른 여권 주자들은 법무부의 결정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재벌권력 앞에 법무부가 무릎을 꿇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용진 의원도 “재벌 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라고 짧게 평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야권 주자들은 삼성전자의 쇄신과 국가 경제 기여를 당부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삼성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더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기술개발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고,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삼성은 혁신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주자들만큼 각 당의 입장도 온도차를 보였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 적극적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대내외 어려운 경제 여건 가운데,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