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광복절에 맞춰 풀려난다.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지난 1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차 구속된 지 7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직면한 경제상황과 국민적 공감대를 감안해 사면 대신 가석방 결정을 내린 취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법무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가담한 범죄행위가 무겁긴 하지만 국가적 경제상황을 고려하여 가석방을 결정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다만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년간 취업이 제한된 상태여서 가석방이 되더라도 곧바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특별사면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했으나 청와대가 애당초 고려에 두지 않았다.
법적용의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재벌이라고 해서 특혜를 베풀어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불이익을 받아서도 안 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갖춘 상태다. 경제계에서는 점점 치열해지는 전 세계 반도체 경쟁 상황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표출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엄중해지는 상황에서 세계적 반도체 기업들이 적극적 투자에 나서는 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 3분의 2가량도 가석방에는 찬성 의견을 냈다. 가석방을 통해서라도 이 부회장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 그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 생각이었을 것이다.
법무부가 사면과 가석방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만큼 이 부회장은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 심혈을 기울여 보답해야 한다. 일부에서 가석방이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만 개별 사건은 개별 사건대로 심리하고 재판하면 된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건 및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등 기소 및 재판이 진행된다는 점을 유의해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