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10시 가석방되는 이재용... 경영 복귀는 미지수

입력
2021.08.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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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감 207일 만에 '자유의 몸'
경영권 승계·프로포폴 재판 남아
박범계 "국가적 경제 상황 고려"

국정농단 공모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이 9일 결정됐다. 지난 1월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이후 7개월 만이다. 다만 5년간의 취업 제한은 아직 유효해 이 부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는 여전히 미지수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8·15 가석방 심사 대상자 1,057명 중 이 부회장을 포함한 총 810명의 가석방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오후 2시부터 4시간 30분 가량 회의를 진행, 이 부회장 등의 가석방에 '적격' 판정을 내리고 박범계 법무부장관에게 이를 전달했다. 이후 박 장관의 승인으로 가석방이 최종 결정된 이 부회장 등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출소하게 된다. 법무부는 이 부회장 외에도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는 수형자 155명 △생계형 범죄자 167명 △환자·고령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75명 등이 가석방 대상자로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정으로 이 부회장은 207일간의 수감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뇌물 공여 및 횡령 사건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확정된 뒤 법정구속됐다. 2018년 2월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으면서 풀려난 지 1,078일만에 다시 수감된 것으로,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계속 지내왔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지난달 말로 가석방 요건인 형기의 60%를 채우면서 가능해졌다. 2017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구속돼 항소심에서 풀려날 때까지 복역한 353일이 형기에 포함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석방 예비 심사를 통해 이 부회장을 최종 심사 대상자에 포함을 시킨 서울구치소 측은 '이 부회장이 모범수로 분류가 됐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박범계 장관 역시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이 부회장에 대한) 사회의 감정·수용생활 태도 등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복역률 60% 이상의 수용자들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가석방 심사 기회를 주도록 노력하겠다”며 이번 가석방이 이 부회장에 대한 특혜가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가석방은 됐지만 이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 활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이 부회장처럼 경제범죄로 징역형이 확정된 경우 형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간 관련 기업체로의 취업이 법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만일 이 부회장이 경영 복귀를 하려면 취업 승인을 신청한 뒤 법무부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박범계 장관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가석방 심사위와는 별도의 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불법 경영권 승계와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도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는 상황에서 온전히 경영 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처지다. 물론 이들 재판의 결과로 재차 수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