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휴전' 하루 만에... 이재명·이낙연 측 다시 '설전'

입력
2021.08.09 16:20
6면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이 9일 또다시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네거티브 공방 휴전’에 합의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휴전 약속은 번번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측은 지난달 28일 선의의 경쟁을 다짐하는 ‘원팀 협약식’을 가진 후 반나절 만에 이 지사의 '백제(호남) 세력 집권 불가' 발언 등을 두고 충돌했다.

이 전 대표는 9일 이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주자로 뛰는 것이 '불공정 찬스'라는 지점을 거듭 조준했다. 이 전 대표는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가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 홍보에 (경기도 예산) 34억 원을 썼는데, 그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경기도를 대선 전진기지로 삼았다는 뜻의 '도청 캠프'라는 표현을 두고도 "그런 얘기는 안 듣게 하시는 게 좋다”고 했다.

이 전 대표 대선캠프의 정태호 정책본부장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기본주택 100만호’ 공약에 대해 “자칫 뜬구름 잡는 장밋빛 청사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지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논란을 겨냥한 ‘대선 예비후보 당내 검증단’ 설치도 재차 요구했다.

이 같은 공세가 휴전 약속 파기인지 여부에 대해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주자 자질과 정책 검증은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이 지사 대선캠프는 부글부글 끓었지만 맞대응은 자제했다. 이 지사 캠프의 현근택 대변인은 “휴전 상태인데 갑자기 대포를 쏜다 그러면 (맞대응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전 대표 캠프 주요 인사들의 음주운전 전과를 정리한 이른바 ‘지라시'(사설정보지)가 공유되기도 했다.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휴전 합의를 깨 ‘명ㆍ낙 대전’이 조만간 다시 불을 뿜을 가능성이 크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네거티브 자제 약속이 지켜진 적은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경쟁자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네거티브 공격이라 포기하긴 어렵다”며 “각 대선캠프는 물론 지지자들까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라 검증이란 이름을 달고 공방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강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