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한미훈련 연기 어렵다… 北 김여정도 알고 있을 것"

입력
2021.08.09 16:47
국립외교원장 내정자 전화 인터뷰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는 9일 정치권 내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미 연기할 수 있는 타이밍이 지났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는 "김 부부장이 한미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이상 이를 연기할 경우 '한미동맹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미훈련을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김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된 점을 지적하며 "(김 부부장이) 훈련 준비가 끝난 시점에 남측이 훈련을 유예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라며 "남측이 곤혹스러워할 것을 알면서도 훈련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이 한미훈련 중단을 반드시 기대했다기보다는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한 측면이 크다는 뜻이다.

그는 10일부터 한미훈련의 예비훈련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되는 것에 대해선 "훈련 규모를 최소화해 한미동맹 훼손을 예방하는 동시에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은 살리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참수작전이나 선제 공격 등 북한이 민감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한미훈련에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라도 알려줄 필요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내정 다음 날인 지난 6일 YTN 라디오에 출연,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가능성을 거론하며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한미훈련을 해야 하느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 등 야권은 "북한의 속국으로 만들자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홍 내정자는 "안보에는 힘을 통해 상대의 군사적 위협을 상쇄하거나 대화를 통해 군사적 긴장감 자체를 낮추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며 "지금은 후자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 등으로 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가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한 번쯤 한미훈련을 유예한다고 해서 남측의 군사력이 단번에 열세로 뒤집히진 않을 것이란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인 홍 내정자는 오는 12일 외교부 산하 외교관 양성기관인 국립외교원장에 공식 취임한다.

조영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