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 남동부 크루조프(Kruzof) 섬 남단의 휴화산 에지컴브(Edgecumbe, 해발 976m) 산은 빼어난 극지 풍광으로 트레커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됐지만, 이 산이 유명해진 건 산 아래 마을 시트카(Sitka) 주민 올리버 "포키" 비커(Oliver "Porky" Bickar, 1923.11.1~2003. 8.11)의 1974년 만우절 장난 덕이었다.
그날 새벽 "Porky(거짓말쟁이)" 비커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헬기까지 대여해 항공기 폐타이어 70개를 화산 정상 칼데라 분화구에 옮긴 뒤 석유를 뿌려 불을 지르고 연막탄까지 터뜨리는 장난을 감행했다. 마지막으로 분화한 지 약 4,000년 만에, 아무 전조도 없이 화산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자 주민들은 경악했고, 문의 전화로 지역 방송사 등은 마비 사태를 빚었다. 사태는 해안 경비대가 헬기로 현장을 확인한 뒤에야 진정됐다. 분화구 만년설 눈밭에는 "April Fool"이란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2차대전 노르망디 상륙전 참전 군인인 비커는 전쟁 직후 결혼해 세 아이를 낳고 1960년 시트카로 이주해 벌목공으로 일하다 1964년 벌목장비업체를 세워 성공한 기업인이었다. 평소에도 장난기가 많아 만우절을 그냥 보내는 예가 없던 그는 언젠가 커다란 나무를 친구의 집 진입로로 쓰러뜨려 놓은 적도 있었다.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어 원하는 지점으로 쓰러뜨리는 데에 그는 일가견이 있었다고 한다.
훗날 그는 에지컴브 화산 장난을 1971년부터 기획했지만, 만우절 때마다 날씨 때문에 마을에서 분화구 연기를 관측할 수 없어 포기했다고 고백했다. 1974년 그는 헬기까지 대여해 2차례에 걸쳐 '장비'를 실어 날랐고, 그 장난은 방송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질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이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처벌을 받았다는 보도는 없었다.
'화산 연기' 때문에 당일 항로마저 우회해야 했던 알래스카항공 측은 그 일을 계기로 이듬해에 '알래스카 허풍쟁이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