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를 하며 정치인·법조인·언론인과 어울려 다니면서 사기행각을 벌인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가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와 금융·조세 분야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선동오징어 매매사업 등 투자금 명목으로 피해자 7명에게서 116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올해 4월 구속기소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이모 변호사 등 법무법인 강남 소속 변호사 2명에 특수부 검사 출신인 A변호사와 세무사 자격증을 보유한 B변호사 등 4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김씨가 기소된 직후 가장 먼저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은 박영수 특검 특별수사관 출신의 이 변호사 등 2명이다. 박영수 전 특검은 김씨에게서 포르쉐 차량을 제공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이 변호사가 속한 법무법인 강남의 대표 변호사를 지냈다. 박 전 특검과 특별한 관계인 이 변호사가 김씨 변호를 맡고 있는 셈이다.
박 전 특검은 김씨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이 변호사에게 김씨를 소개해줬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9월 박 전 특검 소개로 김씨 회사의 자문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김씨가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박 전 특검을 겨냥한 경찰의 ‘포르쉐 의혹' 수사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박 전 특검에게 전달 받은 250만원을 김씨에게 렌트비로 전달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 금융범죄 수사경력이 있는 A변호사도 김씨 재판 초기인 4월 29일 선임계를 제출했다. A변호사는 기업·금융범죄 전담부서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 부장검사와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 등을 지냈다.
B변호사는 이달 5일 선임계를 제출해 가장 늦게 김씨의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B변호사는 세무사와 M&A 거래사, 증권투자상담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금융·조세 분야 변호사로 분류된다.
법조계에선 김씨가 금융범죄에 정통한 검찰 출신 변호사와 자금 추적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한 것을 두고 "사기 피해액을 낮춰 형량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김씨는 앞선 재판에서 사기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피해 금액과 편취한 돈의 사용처 등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선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씨가 편취한 돈의 상당 부분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변호사 비용의 출처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씨에 대한 다섯 번째 공판은 11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