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간다에서 거주하던 2019년 12월 초 독일 대사관저에서 개최되는 음악회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콘체(Conze) 대사 내외가 보내온 초청장은, 라이프치히 현악 4중주단(Leipzig String Quartet)이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곡(Piano Quintet, F minor, Op. 34)을 연주한다는 내용과, 칵테일은 저녁 6시 30분에, 공연은 저녁 7시 정각(sharp)에 시작함을 알렸다. 복장 코드가 정장(business attire)이라는 것은 다소 묵직한 공식 행사의 성격을 드러냈고, 우리 부부는 옷차림뿐 아니라 시내의 교통상황까지 신경 써 그곳에 정확히 6시 30분에 도착하였다.
행사장에는 서양인들이 주로 보였고, 공연 전 그들과 칵테일을 마시면서 인사를 하고 담소를 나눴다. 곧 손님들이 착석을 하고, 7시 정각이 되자 브람스의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독일 대사가 피아노 연주자 옆에 다정하게 앉아 손수 악보를 넘겨주던 것과, 그 복잡한 악보를 읽을 줄 아는 교양 수준이 나를 적잖이 놀래켰다. 간만에 접하는 힘차면서 감미로운 고전음악이 청중의 기분을 한껏 고양시키고 있던 중, 우간다 손님들이 슬슬 행사장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연주회가 끝나기 바로 직전에 도착한 이들도 있었고, 더 놀라운 것은 늦었다고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자기들끼리 인사하고 웃고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서구 문화권에서 버스나 기차 시간표가 가령 4시 12분 등 분 단위로 상세하고, 또 그 시각에 차량이 정확하게 도착하는 것에 놀랐는데, 우간다의 문화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이 두 모습은 산업(industrialised)과 농경(agricultural)사회 간 시간 관념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겠다. 농경사회의 전통이 아직도 뿌리 깊은 우간다에서 시각의 측정은 해의 위치에 따르고, 만약 아침에 무슨 일을 해야 된다면 일출과 정오 사이에 하면 되지, 좀 늦었다고 외국인들이 화를 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과를 해야 된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우간다는 적도(equator)에 위치한 국가이기 때문에 하루 중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 그들에게 하루는 해가 뜨는 아침 7시에 시작하고, 이 시각이 ‘첫 시간(hour one)’이 된다. 아침 8시는 ‘두 번째 시간’이 되고, 오후 6시는 ‘열두 번째 시간’이 된다. 마찬가지로, 해가 지는 저녁 7시는 밤이 시작되는 ‘첫 시간’이 되고, 8시는 밤의 ‘두 번째 시간’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만일 서양인이 ‘목요일 오전 3시’라고 하면 혼동이 생길 수 있다. 아침 7시에 날이 시작되는 우간다인에게 아침 9시가 바로 오전 3시인 셈이다. 비행기를 타야 할 경우 등에 이런 혼란은 큰 지장을 초래하기에, 우간다인과 시간을 이야기할 때는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돌이켜보면, 한국에서도 과거에 ‘해 질 녘에 만나자’는 식의 약속이 있었다고 들었고, 내 기억 속에도 ‘한국시간(Korean Time)’이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인과의 약속에 내가 겨우 몇 분 늦었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는 것을 이해 못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이날 독일대사관저 음악회 참석을 위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였듯이, 한국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아주 빠르게 진입하였음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