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최측근' 러시아 야권 인사 소볼, 해외로 피신

입력
2021.08.09 09:19
14면
반정부 시위 조직 이유로 '거주제한' 판결
총선 앞두고 강해진 압박에 터키로 출국

수감 중인 러시아 야권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5)의 최측근인 류보피 소볼(33)이 해외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 정부의 야권 압박이 연일 강해지고 있다.

러시아 REN TV 방송은 8일(현지시간) 소볼이 전날 비행기를 타고 터키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스탄불에서 항공기를 갈아탈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목적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소볼은 지난 1월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불법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이달 3일 가택연금 등의 법원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모스크바 지역을 벗어나 이동하지 못하도록 했고, 밤 시간(오후 10시~오전 6시)에는 주거지 이탈도 금했으나 이를 어기고 해외로 떠난 것이다. 나발니가 세운 단체 '반부패재단' 변호사인 소볼은 그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다.

앞서 러시아 법원은 6월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폐쇄 및 활동 금지를 명령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의 비리 의혹을 폭로해 온 이들 세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모스크바 검찰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9월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당국이 야권 인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도록 뒷받침해 준 판결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불리는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공격을 당해 독일에서 치료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 당시 공항에서 바로 체포된 그는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형이 실형(징역 3년6개월)으로 전환돼 교도소에 수감됐다.

진달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