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도로에 출전했던 나아름(31)은 “내게 도쿄올림픽은 ‘외로움’이었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공원에서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까지 137㎞ 거리를 4시간 1분 8초에 달린 그는 67명의 선수 가운데 38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올림픽이었다. 절대 후회하지 않겠노라 다짐했었지만 아쉬움과 허탈함이 남았다”고 돌아봤다.
나아름이 도쿄올림픽을 돌아보며 ‘외로움’을 언급한 건, 국내에서 주로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거나 혼자 훈련해왔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그는 외톨이였기 때문이다.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조차 홀로 시작하고, 질주하고, 마무리했다. 대회장이 도쿄 시내와 멀고, 메달 기대종목도 아니라는 이유 등으로 본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에서 나아름의 ‘마지막 올림픽’ 역주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19명이 중도 포기한 극한의 레이스였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상승고도(코스의 고도를 모두 더한 값)가 2,692m에 달하는 가파른 경사, 그리고 긴 오르막에 더해진 무덥고 습한 날씨가 그를 괴롭혔다. 나아름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페달을 밟아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럼에도 첫 올림픽이던 2012년 런던 대회의 13위, 2016 리우올림픽의 30위보다 낮은 순위를 기록해 아쉬움이 남는다. 나아름은 “왜 이만큼밖에 준비하지 못했을지, 막상 시합을 치르고 나니 38위라는 성적이 부끄럽고 아쉽기만 했다”고 자책했다.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도전을 멈출 뜻을 밝힌 그는 “가족과 팀 동료들, 그리고 ‘사이클 선수 나아름’을 응원해 준 국민들이 가장 고마웠다”며 ”정말 힘들었을 때 용기를 주셔서 힘이 됐다”고 인사했다.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나아름과 달리 첫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더 큰 목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역도 최중량급(87㎏ 이상) A그룹에서 인상 125㎏, 용상 152㎏으로 합계 277㎏을 들어올려 값진 4위를 기록한 이선미(21)는 “내게 도쿄올림픽은 ‘더 큰 무대를 위한 출발지’”라고 했다. 다음 올림픽 때는 지금보다 긴장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선미는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던 지난해 허리 통증이 심해져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올림픽 선발전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허리 부상을 당해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올림픽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인지 그는 “용상 마지막 시기를 성공하지 못하고 내려와서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며 “나도 모르게 아쉬움의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이내 올림픽에 도전한 다른 선수들의 노력도 대단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선미는 “나만큼 다른 선수들도 노력했고, 내가 실수한 것이기에 인정하기로 마음을 정리했다”며 “4등이라는 결과에 만족하고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4년 파리올림픽 출전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선미와 마찬가지로 생애 첫 올림픽을 경험한 남자 공기권총 김모세(23)는 “내게 도쿄올림픽은 ‘첫 단추’였다”고 말했다.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15.8점으로 8위를 기록한 그는 “도쿄올림픽이 끝나 시원섭섭하지만, 이런 큰 경험을 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만족한다”며 “아무나 쉽게 경험해 보지 못할 올림픽이란 무대에 선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기록은 점점 떨어지고, 기록이 떨어지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 것 같다고 돌아본 그는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청두 유니버시아드 대회로 시선을 돌렸다. 김모세는 “올림픽이라는 큰 대회를 경험하고, 후회도 많았기에 앞으로 있을 큰 대회에서는 더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이라며 “3년 뒤에 있을 파리 올림픽에도 출전해 더 좋은 성적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의 올림픽 역사상 첫 남자 7인제 럭비 본선을 치른 정연식은 “내게 도쿄올림픽은 ‘포레스트 검프’였다”고 말하면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 검프는 눈앞에 주어진 일에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어떠한 계산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나 또한 이번 대회에서 결과와 승부에 집착하지 않고 제 자신에 대한 의심 없이 열심히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와의 첫 경기에서 누구도 예상 못 한 ‘기적의 트라이’를 성공했다. 비록 5-50으로 첫 경기를 마무리한 뒤 열린 모든 경기에서 패하며 최하위로 마무리했지만, 척박한 환경 속에서 자라온 남자 럭비의 국제경쟁력을 확인한 귀한 무대였다. 정연식은 “국내외에서 한국에 럭비 팀, 럭비 선수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았을 것 같다”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서 생긴 럭비에 대한 관심이 ‘반짝’ 하고 끝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2016 리우올림픽 이후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섰던 한국 남자 카누 간판 조광희(28)는 “내게 도쿄올림픽은 ‘카누를 많이 알린 기회’였다”고 했다. 그는 카누 스프린트 카약 1인승 남자부 200m 파이널B에서 5위를 기록, 파이널A에 진출한 8명의 뒤를 이어 최종 13위로 2020 도쿄올림픽을 마쳤다.
한국 카누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도쿄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냈던 그는 “리우올림픽보다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며 “메달을 따던 선수들과 올림픽 무대에서 비등하게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봤다”고 돌아봤다. 조광희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카누라는 종목이 더 관심받고, 선수층도 두꺼워져 향후 올림픽 무대에 다른 선수들도 많이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전하면서 “훈련 여건이나 장비 등 연습 환경이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