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 우려와 일본 국민의 부정적 여론 속에 개막한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올림픽 출전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큰 탈 없이 끝났다. “도쿄올림픽 성공적 개최를 바탕으로 가을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후 자민당 총재를 연임한다”는 스가 요히시데 총리의 계획 중 1단계는 통과한 셈이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 직후부터 도쿄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빛이 바랬다. 올림픽 기간 개최 도시인 도쿄도(都)의 하루 확진자는 3배로 늘었다. 이번 ‘5차 대유행’을 대규모 희생자 없이 잡을 수 있을지가 연임의 관건이 될 것이란 평가다.
8일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은 사상 최대인 58개의 메달(금 27, 은 14, 동 17)을 획득하며 과거 최다였던 2016년 리우올림픽(41개)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거뒀다. 선수들이 경기 첫날인 24일부터 마지막 날인 8일까지 하루도 빠짐 없이 메달 레이스를 펼치자 부정적이던 일본 여론도 누그러졌다. 특히 일본 국민에게 ‘국기’라고까지 불리는 야구 종목에서 올림픽 출전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7일 밤은 열도가 하나가 돼 감격의 기쁨을 누렸다.
고온다습한 기후와 엄격한 감염 방지 대책으로 각 종목 경기에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출전하지 못하고 기권한 선수들이 일부 있었지만 선수촌 내 대규모 집단감염 등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공적인 올림픽’이 바로 집권 자민당의 총선 승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도쿄올림픽 개막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 ‘5차 대유행’ 때문이다.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1주일째 도쿄에선 하루 4,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대회 기간 중 누적 감염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고령층 백신 접종 덕분에 중증자 수는 아직 과거 최대에 이르지 않았지만 40, 50대 중증자도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난 감염자 중 중증화하는 사례가 잇따르면 병상이 부족해져 ‘의료 붕괴’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1만8,000명이 넘는 감염자들이 자택 요양 중인 도쿄에선 5차 대유행 이후 처음으로 자택 요양과정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숨진 50대 여성은 자택요양 4일째인 지난 5일 병세가 급변해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지난 4월에는 오사카에서 의료 붕괴로 자택 사망 사례가 다수 나왔지만, 도쿄에서도 이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정권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치권은 올림픽이 끝나면 TV에서 경기 중계가 사라지고 코로나19에 대한 보도가 늘어나 여론이 더 악화할까 걱정이다. 유일한 대책은 40, 50대 백신 접종이지만 8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23구 중 14구에서 아직 50대 백신 접종률이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지지통신은 “코로나 속 올림픽 개최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엄중하다”며 “올림픽 축제 분위기를 정권 부양에 연결해 중의원 선거와 자민당 총재 선거를 돌파한다는 총리의 계산이 감염 확대로 어긋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