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건당국은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스터샷(3차 접종)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임의로 세 번째 백신을 맞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진데다, 접종 기록 추적 시스템도 느슨하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부스터샷 접종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미국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3차 접종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때까지 세 번째 백신을 맞은 사람은 900명이 넘는다. 이 자료 역시 자진신고를 기반으로 작성됐기에 실제로 부스터샷을 접종한 미국인은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보건당국 승인이 나지 않았는데도 접종에 나선 이유는 최근 확산하는 델타 변이 때문이다. 최근 부스터샷을 맞은 26세 여성 지나 웰치는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할 것”이라며 “보건당국이 부스터샷 접종을 승인할 때까지 6개월에서 1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천식과 간 질환을 앓고 있는 웰치는 델타 변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든 불사할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느슨한 추적 시스템도 한 몫 했다. 접종을 담당하는 일선 의료기관이 이전 접종기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웰치 역시 첫 번째 접종이라고 속이고 부스터샷을 맞았고, 캘리포니아의 한 50대 남성 역시 약국에 “한 번도 접종한 적 없다”고 말한 뒤 세 번째 백신을 맞았다. 클레이 해넌 예방접종관리협회 전무이사는 “누구도 제대로 임의 부스터샷 접종을 추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백신이 남아돌아 폐기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점도 부스터샷 접종을 부추겼다. 정치 만평가 테드 랄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2,620만회분의 백신이 버려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읽고 부스터샷을 맞았다”며 “나는 쓰레기통에 들어갈 백신을 절약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한 국가는 이스라엘뿐이고, 독일이나 영국은 다음달부터 고령자나 면역 취약자를 대상으로 3차 접종을 시행하기로 했다. FDA 역시 65세 이상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을 중심으로 부스터샷 접종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