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정부 목표대로 11월까지 70%로 올려도 코로나19 유행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워낙 강해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를 차단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사망자와 중증환자를 관리하는 수준에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백신 접종률이 매우 높아진다고 해도 백신만으로 유행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델타 변이가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어 "돌파 감염 탓도 있지만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높아 백신만으로 면역을 달성하려면 전체 국민의 80~90%에 가까운 면역 수준을 달성해야 한다"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해도 백신 효과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백신만으로 모든 걸 해결하기보다 백신에 더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걸 진행하면서 확진자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사망자와 중증환자를 줄이는 관점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확진자 줄이기에 집중하다 보면 영업 제한에 초점을 맞춘 거리두기 정책이 지속돼 자영업자 피해만 커진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의 피해를 줄이려면 코로나19 관리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 박멸은 불가능해졌다.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이 완료돼 더는 중환자 사망자가 생기지 않는 상태로 만들고, 전파 능력을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면역 수준을 90% 가깝게 높이면 코로나19 공존을 말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면역 수준은 백신 접종률이 아닌 면역력 생성 여부다. 미국과 영국이 70%대보다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 가운데 면역력을 얻은 사람은 4분의 1밖에 안 된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다만 코로나19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를 논의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일단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 높여야 논의할 수 있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방역이 상대적으로 잘 돼 있어 감염돼 면역을 획득한 사람이 너무 적다"며 "면역 수준을 순수하게 백신만으로 달성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최소한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과 30·40대 접종이 어느 정도 끝나는 시점에 도달해야 다음 단계를 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거리두기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 조치를 당분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확산세를 꺾지 못하고 유지하는 정도로 (거리두기) 효과가 나오고 있어 당분간 확산세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거리두기 조치는 일종의 시간 벌기로, 시간을 버는 동안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