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백신 허브’ 외쳤건만, 노바백스 미국에서 신청 연기

입력
2021.08.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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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 "노바백스 없어도 백신은 충분"

미국 제약사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신청서 제출이 또 연기됐다. 이 때문에 노바백스 백신의 연내 출시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4,000만 회분 공급 계약을 맺은 우리 정부는 "그렇다 해도 백신이 부족한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바백스와 라이선스계약을 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을 내세워 ‘K 백신 허브’ 구상을 밝힌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5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노바백스는 이날 공개한 실적 보고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할 백신 긴급사용 승인 신청 시기를 4분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스탠리 어크 노바백스 최고경영자(CEO)는 “FDA에 백신 제조 과정 내 일관성을 입증하는 작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10월에 신청서를 제출하기를 희망하지만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바백스의 백신 긴급사용 신청계획은 원래 지난 2분기 예정이었으나 3분기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번 4분기 연기를 두고, 더 연기될지 모른다는 불안한 시각까지 나온다.

노바백스는 지난 6월 임상시험 결과 자사 백신의 예방 효과가 90.4%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미 상용화된 화이자 백신(91%), 모더나 백신(94%)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추가로 공개한 자료에서는 2차 접종 완료 이후 6개월 뒤에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면 항체가 4.6배 증가하고, 세계적 지배종이 된 델타 변이에도 최대 6배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제조상의 문제가 일부 있지만, 백신 자체는 매우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노바백스의 신청 연기 소식에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우리 정부와 SK바이오사이언스다. 우리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4,000만 회분 도입 계약을 했고, 올 3분기 최대 2,000만 회분을 도입하겠다고 밝혀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지난해 8월 노바백스와 백신 위탁 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했고, 내년 백신 개발 때는 비교임상 대조군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 일정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지도 모른다.

일단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이 연내에 공급되지 않는다 해도 올해 국내 백신 수급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인구 수로 따지면 1억 명분의 백신을 갖고 있기에 노바백스 2,000만 명분이 없다 해도 접종 계획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또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개발 일정 차질 문제에 대해서는 "국산 백신 3상, 대조 백신을 통한 비교 임상과 관련해서는 일정에 지연 없이 잘 준비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