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 경기했더니 손엔 메달이"...가슴 울린 선수들 한마디

입력
2021.08.06 13:00
[선수들 인터뷰로 돌아보는 17일간 여정]
사격 김민정·양궁 김제덕 "자기 확신 있었다"
태권도 인교돈 "'덕분에 힘냈다'는 메시지 받아"
여홍철, 기보배 등 결실 맺은 선배들 응원도 화제

2020 도쿄올림픽, 그 17일간의 여정이 단 이틀 만을 남겨두고(6일 기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선 메달 여부를 떠나 선수들의 땀과 노력에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선수들도 이에 화답하듯 매 경기 올림픽 정신을 발휘하며 열정적으로 임했는데요. 경기 이후엔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발언으로도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슴을 울린 대표팀 선수들의 한마디를 통해 이번 올림픽을 정리해 봤습니다.


"열심히 할 이유와 목표, 자기 확신을 만들더라"

25m 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사격 대표팀 김민정은 당시 금메달을 딴 선수보다 더 좋아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김민정은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그게 그날의 제 진짜 기분이었다. 너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김민정은 "이렇게 재미있게 쏜 시합이 처음이라 놀랐다"고도 했는데요. 그 비결로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와 '정확한 목표 설정'을 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지난 리우 올림픽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하기만 했다"고 밝혔죠.

또 이유와 목표가 생기니 자기 확신이 생겼고 몰입하기 정도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김민정은 "결과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집중을 하다 보니 과정이 재밌고 끝나니까 제 손에 은메달이 있었다"고 말했죠.


"파이팅" 소리로 무관중 경기장의 적막을 깨운 양궁 2관왕 김제덕은 철저한 자기관리로도 유명한데요. 귀국 후 경북 예천훈련소에서 자가격리와 동시에 훈련을 조금씩 받고 있다고 합니다. 9월 세계양궁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죠.

김제덕은 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주변 유혹은 많은데 꿈과 목표를 위해서라면 참고 견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 하고 싶은 게 양궁이라서 더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한다"고도 말했죠.

김제덕도 자기 확신을 강조했어요. 남자 단체전 중 한일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리 팀이 수월하게 가려면 10점을 쏴야 해서 욕심이 많이 났다. 하지만 쏘기 직전 욕심 내지 말고 내 자신만 믿고 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면을 보는데 다행히 10점이 들어갔더라"고 말했죠.


림프종 이겨낸 인교돈 "SNS로 '덕분에 힘냈다'는 분들 만나"

첫 출전한 올림픽에서 당당히 동메달을 따낸 태권도 대표팀 인교돈.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이겨낸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그의 이야기가 알려진 후 삶에 용기를 얻은 사람도 많았다고 합니다.

인교돈은 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교돈 선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연락 주신 분들이 엄청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도 "저도 힘을 내셨으면 하는 바람에 '힘내시고 나중에 좋은 일만 있으시길'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드렸다"고 말했죠.


'한국 최초' 타이틀을 얻은 선수들의 한마디

메달 여부와 상관없이 한국 스포츠 사상 '최초' 타이틀을 단 선수들도 있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한국 첫 골'을 기록한 럭비대표팀 정연식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3일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상대편이 세계 랭킹 2위의 뉴질랜드라 다들 득점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득점이 현실이 되니 감독님도 되게 당황하셨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 럭비 실업팀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 3개 팀에 불과한데요. 그중 한국전력공사 선수들은 생업을 병행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올림픽 개최가 1년 미뤄지고 럭비 종목이 없어질 수 있다는 말도 돌아서 불안했다고 해요.

이때 대표팀을 단단히 이끈 건 주장 박완용이었다고 합니다. 정연식은 "주장이 연연하지 말자고 북돋아서 운동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어요.


같은 럭비 대표팀의 장성민은 이튿날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5전 전패 했지만 새 감독님 부임 후 팀 색깔을 많이 갖췄고 특히 일본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만족해 했습니다.

동시에 일본전이 가장 아쉬운 경기였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표팀은 옐로카드 2장을 받아 장성민을 포함한 2명이 2분씩 퇴장했었는데요. 나중에 심판에게 "반칙도 아닌 걸로 왜 옐로카드를 주냐고 물으니, 심판 중 한 명이 '내 실수였다(my mistake)'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장성민은 "옐로카드가 없었으면 무조건 이겼다"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죠.


최초 올림픽 3연속 메달을 따낸 한국 펜싱의 맏형 김정환. 그는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한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지난달 3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은퇴한 남현희 선수와 더불어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타이틀을 갖고 있었는데 메달 3개를 보유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목표를 소박하게 잡은 탓인지 모르겠는데 덕분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메달을 획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요트계의 박태환'이라 불리는 하지민. 1인승 레이저 딩기 종목에서 7위라는 한국대표팀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는 이미 아시안게임 3관왕은 물론 올림픽에도 4회 연속 출전했죠

그는 "고향이 부산이라 시에서 운영하는 클럽을 통해 취미로 요트를 타다가 선수까지 하게 됐다"고 합니다.

"세일링(돛을 조정하는 것)이 유럽 기반의 운동이라 뒤따르는 입장에서 배워가면서 경쟁을 해야 해 어려운 점이 많다"고도 말했는데요. 1인승 딩기의 경우 학생 선수 포함 30명에 불과할 정도로 선수층이 얇다고 말했습니다.


대표팀임에도 겪어야 했던 예상외 고충들


요트 하지민처럼 비인기 종목 선수들의 경우 뜻밖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럭비 정연식 선수는 앞선 인터뷰에서 "어떻게 보면 서운한 일인데 무관중에 익숙했다"고 털어놨죠.

국내 카누 1인자로 불리는 조광희는 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가장 난감했던 게 훈련할 수 있는 배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에서 타던 배를 미리 보내라고 했는데, 보내고 나면 한국에서 탈 수 있는 배가 없었다.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밖에도 "국가대표팀인데도 훈련 공간이 따로 없어서 그때그때 구해야 했다"고 말했죠.

여홍철, 기보배... 선배들의 응원도 화제

전직 선수들의 응원도 화제가 됐죠. 한국 최초 부녀 메달의 주인공, 여서정 선수의 부친 여홍철 경희대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5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스트레스받는 걸 알기 때문에 집에서는 체조 이야기를 거의 안 한다"며 딸이 먼저 조언을 구하면 답해준다고 얘기했습니다. 이에 진행자는 "여서정 선수 말을 따로 보겠다"고 농담을 던졌죠.

여 교수는 "신재환이 제 기술인 '여2'로 금메달을 따내 자랑스럽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2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때 발표한 기술인데요. 매번 업그레이드된 신기술이 발표되기 때문에, 특정 기술이 26년간 살아남은 건 드물다고 합니다. 여2의 난도가 그만큼 높다는 얘기입니다.


양궁 기보배 KBS 해설위원의 응원도 화제가 됐습니다. 여자 개인전이 열렸던 지난달 30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쇼트컷으로 온라인 폭력을 당한 안산을 향해 "나도 리우 때 (개고기 논란으로) 한번 어려움을 겪어봤다. 누구보다 마음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죠.

그러면서 "안산이 잘 이겨낼 거라 믿고 국민들이 응원과 격려, 박수를 보내줬음 좋겠다"고 말했죠.

안 선수는 당일 금메달을 따내며 하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3관왕이라는 결실을 거뒀습니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