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주미는 지금의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어렸을 때 몰랐던 연기의 열정을 조금씩 깨달으면서 좋은 에너지를 얻었다.
지난 5일 박주미는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2'(이하 '결사곡2') 종영 인터뷰를 진행하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중 박주미는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행복한 결혼생활에 파경을 맞는 사피영을 맡아 극을 유연하게 이끌었다.
먼저 박주미는 코로나19 확진 여파 속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야외 세트장 촬영이 많지 않고 연령대 부부마다 각기 나눠진 상황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확진자, 격리자 없이 끝난 '결사곡2'다.
박주미도 솟구치는 인기를 실감했다. 특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며 해외의 반응까지 이끌어냈다. 그는 "일본에서 제가 든 가방이 인기가 많다더라. 홍콩은 주얼리가 유행이라고 들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인기를 즐기면서 관련 댓글을 유심히 봤다는 박주미는 유독 기억에 남는 팬의 반응에 "제가 항공사 이미지 때문에 항상 차분한 배역을 맡았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연기 변신을 안 했다고 생각했지만 제게는 도전이었다. 한 팬이 댓글을 통해 '이런 시도를 하는 박주미가 멋있다'고 했다. 너무 많은 극찬을 해주셔서 제게 큰 힘이 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번 시즌에서 박주미는 남편의 불륜을 알기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캐릭터를 연기해 입체감을 높였다. 신유신(이태곤)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라보는 눈빛, 말투 등을 달리한 표현이 사피영의 서사를 더욱 현실적으로 완성했다. 더불어 매회 묵직한 호연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두고 박주미는 "캐릭터에 감정의 진폭이 클수록 행복했다. 사피영은 차분하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처럼 물을 끼얹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아 나름대로 고민됐다. 감정이 더 컸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캐릭터가 처음이라 너무 즐거웠다"면서 "사피영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가부장적 제도 안에서 가장 완벽하다. 반면 저는 집안 살림은 엉망진창이다.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주부로서 역할이 더 힘들다. 주부는 티도 안 나는데 영역이 방대하고 보상도 안 받는다. 사피영을 보면서 반성했다"고 솔직한 입담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박주미에게 사피영은 어떤 인물로 해석됐을까. 기자의 질문에 박주미는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건 요즘 세대의 모습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할 때는 현대 여성 같다. 또 피나는 노력으로 산다. 그래서 남편의 바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파장으로 왔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짠한 인물이기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사피영을 오롯이 그려내기 위해 임성한 작가와의 호흡도 중요했다. 임성한 작가는 자신이 생각한 사피영에 박주미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 직접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박주미는 "임성한 작가가 저를 선택하셨다. 제 작품을 다 봤다더라. 너무 감사했다"면서 "임성한 작가의 대본은 제가 했던 작품들 중 가장 정확하게 해야 했다. 워낙 디테일하다. 대사 안에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해야 한다. 다만 적재적소에 맞으면 애드리브가 허용된다. 이태곤이 (애드리브를) 치긴 하는데 치지 말라고 웃으셨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극중 라디오 3인방인 박주미 이가령 전수경의 호흡도 보는 재미를 이끌었다. 처음부터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으로 박주미는 "여자들끼리 케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끼리 대화방까지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태곤과의 호흡도 첫 만남부터 좋았다. 대본 리딩 날 처음 만나게 된 이태곤과 박주미는 좋은 합을 이끌어냈고 시너지로 이어졌다.
특히 이태곤과 박주미만 출연해 90분을 이끌어가는 장면에 대해 "기네스북에 오를 기록이라더라. 부담보단 감사하다. 미지의 세계이자 제게 평생 남을 커리어다. 워낙 익숙했던 무대에서 이뤄져 힘들다기 보다 편안했다. 이태곤도 마찬가지다.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 힘들고 외롭고 괴롭지 않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으로 박주미는 많은 것을 얻었다. 자신의 열정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 쏟아지는 극찬은 박주미를 더욱 자극했다. 늦게나마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박주미다.
"제가 간혹 농담을 해요. 20대에 (일을 열정적으로) 했으면 연예계 한 획을 그었을 거라고요. 20대 때는 일의 소중함을 몰랐어요. 30대에는 가정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40대에는 열심히 하고 싶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전 지금 너무 행복해요. 작품 왔을 때 온 정성을 다해서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거든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