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랭킹 3위 변상일(24) 9단이 제44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결승 첫 대국에서 1위 신진서(21) 9단을 상대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변상일은 5일 경기 성남시 판교의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결승 3번기 첫날 4시간 40분 혈투 끝에 208수 만의 백 불계승을 거두고 시리즈 전적 1승으로 앞서나갔다. 이로써 변상일은 역대 9번째, 생애 첫 명인 등극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상대 전적은 여전히 6승 20패로 밀리고 있지만 이번 명인전에서만 신진서를 두 차례 꺾는 강세도 이어갔다. 승자조 첫 판에서 신진서를 패자조로 내몬 상대 역시 변상일이었다.
둘은 지난 2일 끝난 GS칼텍스배 프로기전에 결승 5번기에서도 만나 3승 2패로 신진서가 승리한 바 있다. 바둑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국내 1인자인 신진서의 우세를 조심스럽게 예측했지만 1국부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정두호 프로 3단은 "변상일 9단이 GS칼텍스배 패배로 다소 위축됐을 것으로 봤는데 오히려 마인드 컨트롤을 단단히 하고 나온 것 같았다"면서 "결승전답게 전체적으로 역전을 거듭하는 바둑이었는데 중앙 승부처에서 변상일 9단이 조금 더 정교하게 버티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변상일은 승리 후 “초반에는 나쁘다고 봤고, 중반에도 나쁘다고 봤는데 마지막에 상대가 실수를 해줘서 이겼던 것 같다"면서 "2국도 잘 배우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신진서는 "중반에 타개가 되면서 괜찮나 생각했는데 중앙에서 좀 느슨하게 두면서 흐름을 빼았긴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내일 끝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준비해서 오늘보다 좋은 내용으로 두고 싶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결승 2국은 6일 열린다. 신진서가 승리하면 둘은 7일에 최종 3국을 벌인다. 신진서는 올해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과 GS칼텍스배에 이어 세 번째 우승과 함께 5관왕을 바라보고 있고, 변상일은 정규 종합기전 두 번째 우승 도전이다.
한국일보와 한국기원이 주최하고 SG그룹이 후원하는 명인전은 5년 만에 부활했다. 우승상금은 6,000만 원, 준우승상금은 2,000만 원이며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초읽기 1분 3회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