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대에 선 세 명의 소녀가 각자의 메달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했다. 한 눈에 봐도 앳된 얼굴들이었다.
일본의 요소즈미 사쿠라(19)는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스케이트보딩 여자부 파크 종목 결선에서 60.09점을 얻어 금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은 59.05점을 거둔 동료 히라키 고코나(13), 동메달은 56.47점을 따낸 영국 스카이 브라운(13)에게 돌아갔다. 세 명의 나이 평균은 15세에 불과하다.
다른 종목의 경우 어린 나이의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이 제한을 두기도 한다. 체조는 만 16세 이상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다. 그러나 스케이트보딩은 출전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아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존재감을 뽐낼 수 있다.
만약 히라키(12세 343일)나 브라운(13세 28일)이 금메달을 땄다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수영 다이빙 3m 스프링보드에서 우승한 마조리 게스트링(당시 13세 268일·1992년 4월 사망)을 넘어 역대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3명 가운데 '맏언니' 격인 요소즈미가 뛰어난 체공 시간과 보드를 손으로 잡지 않고 옆으로 540도 회전하는 고난도 기술을 두 번이나 선보이며 '동생'들을 압도했다.
대신 브라운은 역대 영국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스케이트보더인 영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브라운은 영국에서는 이미 유명인사다.
10세에 최연소 프로 스케이트보드 선수가 된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만 명을 거느리고 있고 역시 스케이트보드 선수인 동생과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누적 조회 수가 5억4,000만이 넘는다.
브라운은 지난해 스케이트보드를 타다 추락해 두개골과 왼 팔 등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살아있는 게 다행일 정도의 큰 사고였다. 딸을 걱정한 부모님은 스케이트보드를 포기하라고 설득했지만 브라운의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부상을 이겨내고 동메달을 거머쥔 브라운은 경기 후 눈물을 쏟으며 "내가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이길 바란다"며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스스로를 믿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당찬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