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부산에 부유식 해상 도시를 건설하는 논의가 구체화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해안에 집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플랜트 인프라를 눈여겨본 국제기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기후 난민 피난처로 활용할 예정이지만, ‘해양관광 1번지’ 부산의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5일 박형준 시장과 빅터 키숍 유엔 해비타트(인간정주계획) 부사무총장이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 체결을 위해 이날 오후 영상회의실에서 화상 만남을 가졌다고 밝혔다.
유엔 해비타트는 전 세계 도시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기구다. 2019년 4월 유엔 본부에서 열린 총회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위협에 대한 해결책으로 ‘해상 도시 계획’을 처음 제시, 시범 제품 개발 파트너 도시 선정을 결의했다.
시 관계자는 “유엔 해비타트가 해상 도시 건설을 위한 부산시 참여 의사를 확인하고, 관련 협약 체결을 위한 일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이후 부산시는 해양·환경·공학 분야 등으로 전문가 자문단 구성, 유엔 실무단 부산 방문 등을 협의한 뒤 연내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본협약이 체결되면 부산에서는 1만9,000여㎡(약 6,000평)의 해양공간에 300명 정도 거주하는 마을 단위 시범 해상 도시 건설이 본격화한다. 파트너 도시는 별도 예산을 들이지 않고 사업부지 제공, 각종 인·허가 협조 등 행정 지원을 하게 된다.
배 형태의 구조물로 이뤄지는 부유식 해상 도시는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조성된 인공섬 도시와 차별화된다. 대규모 매립으로 인한 수질 오염, 환경 파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해비타트 측의 설명이다. 해비타트는 이런 마을 300여 개가 모여 1만 명이 거주하는 실제 해상 도시를 해수면 상승 위험지역에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도시는 에너지, 물, 식량 등을 자급자족하고, 자원도 재활용할 수 있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도 불린다.
유엔의 파트너 도시 제안에 박 시장은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해수면 상승을 대비하는 유엔의 목표는 탄소중립 전환 도시를 지향하는 우리 시 시정 방향과 일치한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시가 보유한 조선, 플랜트 부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이번 제안에 반영된 것 같다”며 “해상 도시 건설을 통해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세계 최초 해상 도시 건설로 외국인 관광객 유치, 세계 속 부산의 위상 강화 등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비타트가 해상 도시 건설에 나선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1.1m 상승, 해안지대에 거주하는 전 세계 인구의 30%(24억 명)와 수십억 규모의 인프라가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