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2차 TV토론회의 숨은 주인공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각 주자들은 경쟁주자들이 두 전·현직 대통령을 비판했던 전력을 소환하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견고한 지지율을 보이면서 당내 주류인 친노무현·친문재인계 표심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에서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지목해 "최근 문재인 정부 평가 점수가 몇 점이냐고 물으니 '70점'이라고 하셔서 남의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에서 2년 7개월간 총리를 지낸 사람으로서 겸양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의 일관된 추진은 90점을 드리고 싶다"고 응수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 전 대표의 15년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꺼내 들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꿈과 성취를 계승한다던 이 전 대표가 이와 반대로 2006년 2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무현 정부를 '군사독재 정부보다 빈부격차를 키운 반서민 정부, 실패한 정부, 무능하고 미숙한 정부'로 규정했다"고 몰아세웠다. 이 전 대표는 "야당(새천년민주당)으로서 격차 확대에 대한 분노를 그렇게 표현했다"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으로 분당됐던) 그 기간 서로 상처를 주고받은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을 소재로 이 지사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201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비판한 것을 추궁하면서다. 이 지사는 "그 문제는 지나치게 과중한 예산이 부담이 될 수 있어 당시로선 그렇게 의견을 냈다"며 "지금은 영남권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을 위해 필수적인 시설로 이미 결정이 났기에 강력하게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다.
상대 약점을 파고들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 지사에게 "2014년 성남시장 시절 음주운전, 성폭력, 성희롱, 수뢰, 횡령 등 5대 비위행위에 연루된 공직자의 승진을 배제하고 상여금을 박탈하는 등 가혹한 책임을 물렸다"며 "대통령이 되면 본인에게도 이런 기준을 연상해본 적이 있냐"고 지적했다. 이 지사가 2004년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 지사는 "이 자리를 빌려 사과 말씀 드린다"며 "지우고 싶은 제 인생의 오점"이라고 답했다.
이 지사도 이 전 대표에게 "사면 금지를 하자고 했다가 말자고 했다가 '세모 의견'을 내기도 했다"며 행정수도 이전과 최근 경기도 분도 등의 이슈에서도 입장이 오락가락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격했다.
이 지사는 또 "문재인 정부의 책임총리였는데, 임기 초기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 도입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했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고 묵인했나"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깊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사후보고를 받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하자, 이 지사는 "대통령 다음으로 큰 권한을 받았는데 아무 역할도 못했다면 무능하거나 무책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몰아붙였다.
모든 주자들은 각자 정치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공직윤리처 신설을 주장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 직선제,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을 내걸었고, 김두관 의원은 5개 메가시티와 2개 특별자치도 도입,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 인하(만 30세)를 꼽았다. 이 지사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박용진 의원은 세종시의 행정수도 전환과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거론했다. 정 전 총리는 충청 신수도권 조성과 대통령 3년 중임제 개헌을 과제로 앞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