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성북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며 초·중학생 세 자녀를 키워온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입이 줄어들면서 18개월 동안 월세와 공과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막막해진 생계에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과 등교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장기 결석이 이어졌다. 한겨울에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 요구와 5,000만 원에 달하는 빚 독촉에 시달리던 A씨는 난생처음 주민센터에 긴급복지 지원을 요청했다.
# 어린이집 계약직 교사로 일했던 싱글맘 B씨는 코로나19 이전엔 빠듯하긴 했어도 초등학생 딸과의 생활비와 월세를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다니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은 뒤 지난해 11월부터 월세가 계속 밀리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긴급복지를 신청하려 주민센터를 찾은 B씨의 손엔 500만 원도 남지 않은 통장과 6개월 연체된 공과금 명세서가 들려 있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지난해 이래 생활고로 복지 급여를 받는 인구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는 200만 명을 돌파해 230만 명에 육박했고, 긴급복지 지원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적 취약층이나 그 언저리에 있던 이들이 코로나발 경제난에 직격탄을 맞는 형국이다.
4일 한국일보가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긴급복지 지원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7만413건이던 신청건수는 2020년 32만9,106건으로 2배가량 늘었다. 이런 증가세가 올해도 이어지면서 지난 2분기 신청건수(15만8,220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14만8,887건)보다 6% 이상 늘었다.
긴급복지 지원 제도는 기초생활보장제와 지원 항목은 비슷하지만, 일시적 위기를 맞은 이들이 대상이라 지원 기간 및 횟수가 한정적이다. 식료품비 등 생계지원은 최대 6회, 의료지원은 최대 2회 지원되는 식이다. 최근 신청자들은 코로나19 이전엔 생계에 어려움이 없다가 폐업, 실직 등 갑작스러운 생계 위기를 맞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눈에 띄는 점은 고소득자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도 지원 신청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서울의 경우 긴급복지 신청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자치구는 강남구로, 2019년 842명에서 2020년 1,84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실직한 경우도 있지만 폐업으로 생계가 어려워지신 분들이 많다"며 "신청자 대부분이 월세 거주자라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와 함께 '강남3구'로 불리는 서초구와 송파구에서도 긴급복지 신청자가 각각 62%, 46% 증가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올해 6월 기준 수급자 수는 229만4,890명으로, 2019년 1월 176만93명과 비교하면 2년 반 새 53만 명 넘게 증가했다. 수급 신청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생계급여 기준 신청건수는 재작년 18만1,847건에서 지난해 20만9,619건으로 15%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신청건수는 23만2,75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6,065건)의 2배를 넘는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9년 2,656명에서 지난해 2,947명으로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은 시신을 인도할 가족을 찾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사회적으로 고립된 빈곤층에서 주로 발생하는 일인 만큼, 코로나19 국면의 무연고 사망자 증가는 복지수급자 증가와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긴급복지 지원 대상들의 경제 여건이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될 개연성이 있다"면서 "코로나 유행 이후 생활고에 처한 이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