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예술가' 김영희, 제천시립미술관에 둥지 튼다

입력
2021.08.04 15:30
제천시, 김 작가 주제 미술관 2023년까지 건립
상설 전시장에 회화·조각 작품 400여점 전시
지역 예술인 전시·지역미술사 자료실도 갖춰 
"세계에서 하나뿐인 닥종이 예술공간 조성"



세계적인 닥종이 예술가인 김영희(77·독일 거주)작가를 주제로 한 미술관이 충북 제천에 들어선다.

제천시는 옛 노인종합복지관을 ‘제천시립미술관’으로 새로 꾸리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에 공립미술관 설립 타당성 평가를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평가를 거쳐 충북도의 투융자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중 건립 사업이 본격화할 참이다. 총 사업비는 56억원, 개관 시기는 2023년 하반기다.

이 미술관의 모티브는 김영희 작가와 그의 닥종이 예술 세계다. 김 작가는 제천에서 유년 시절을 제천에서 보내고, 20대 때 중학교 미술교사를 하는 등 제천과 인연이 깊다.

4층 짜리 복지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마련할 미술관에는 김 작가의 작품 상설전시실이 조성된다. 이곳엔 김 작가의 닥종이 인형 작품과 조각품, 회화 등 수백 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전시 공간과 지역 미술의 역사를 담은 자료실도 마련된다. 나머지 공간에는 작품 수장고와 관람객을 위한 카페 등도 들어선다.

김 작가는 미술관 건립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그는 현재 보유중인 400여점의 조각, 회화 작품을 제천시에 모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작업 도구와 각종 도서, 원고 등도 함께 기증할 계획이다. 그는 요즘 젊었을 때 만들었던 작품도 회수하고 있다고 한다. 회수한 작품까지 미술관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술관이 열리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 규모의 ‘김영희 닥종이 교실’을 운영하고, 자신이 저술한 책의 인세를 미술관에 기부하겠다는 뜻도 전해왔다.

김 작가는 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의견 등을 나누기 위해 오는 10월 제천시를 방문할 계획이다.

시민들은 시립미술관 건립을 크게 반기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와 학계, 문화예술계 등 56개 단체 들은 지난달 제천시청에서 시립미술관 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를 결성, 활동에 들어갔다.

김 작가를 주제로 한 미술관이 개관하면 지역 문화예술이 한 단계 높아지고, 그 혜택을 시민들이 누리게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구도심의 관광명소로 부상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계획대로 김 작가를 주제로 미술관을 건립하면 제천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닥종이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제천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1944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2세 때 제천으로 이사와 12세까지 살았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71∼1977년 다시 제천에서 송학중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했다. 닥종이를 모티브로 한 인형 작품은 그녀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1981년 독일로 이주한 그는 현재 뮌헨 인근에서 살고 있다.

한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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