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저는 소나무 세 그루의 1년치 탄소를 썼습니다

입력
2021.08.16 04:40

편집자주

갈수록 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지만 정작 관련 이슈와 제도, 개념은 제대로 알기 어려우셨죠? 에코백(Eco-Back)은 데일리 뉴스에서 꼼꼼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환경 뒷얘기를 쉽고 재미있게 푸는 코너입니다.


지난 5일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또 한번 '탄소중립' 이슈가 크게 떠올랐습니다. 탄소중립이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더 늘리지 말자, 배출한 만큼 흡수해서 CO₂ 증가량을 '0'으로 만들자는 개념입니다.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변화계획을 제시하는 게 2050시나리오입니다.

탄소중립이라면 아마 가장 많이 들어왔던 주제가 석탄발전소 없애기였을 겁니다. 산업계를 중심으로, 큼직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개인의 탄소중립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현대문명이 탄소문명인 까닭에 각 개개인이 움직일 때마다 적잖은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석탄화력발전소만 없앤다고, 자연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인다고 탄소중립이 되는 게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시죠. 그래서 저의 오늘 하루 일상을 돌아봤습니다. 저는 오늘 하루, 얼마만큼의 탄소를 배출한 걸까요.

나의 1년 탄소배출은 소나무 1,300그루 수준

매일 오전 6시 30분, 눈을 뜹니다.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스포츠센터에 갑니다. 왕복 5㎞ 거리니까 약 1.2㎏의 탄소가 발생합니다. 운동을 한 뒤 양치, 세수, 샤워를 합니다. 수돗물 140ℓ 정도를 쓰면 탄소 0.04㎏이 생깁니다. 15분 정도 헤어드라이어를 써서 머리를 말리면 0.18㎏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8시 10분 출근. 그 뒤 최소 오후 6시까지, 10시간 정도는 노트북을 풀 가동한 상태에서 일을 하니 1㎏의 탄소가 나옵니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더운 날,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켜놓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니까 각각 5.76㎏, 0.15㎏ 정도의 탄소를 내놓습니다.

일이 끝난 뒤 약 2.5㎞를 달려 집에 오면 0.6㎏의 탄소가 발생합니다. 밀린 빨래를 하려 세탁기를 1시간 돌리면 0.09㎏,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1시간 정도 TV를 보면 0.54㎏의 탄소가 배출됩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아침에 마신 우유 한 잔(1.2㎏), 식사 후 마신 커피(0.3㎏)도 탄소를 배출합니다. 점심으로 먹은 불고기 비빔밥, 된장국, 애호박나물, 오징어볶음은 모두 3.8㎏, 저녁에 먹은 곰탕은 무려 9.7㎏이나 탄소를 내놓습니다.

하루 일과를 이렇게 대충 따져보면, 저의 하루 탄소 배출량은 24.56㎏에 달합니다. 탄소중립 개념에 맞춰, 이 정도 배출량을 모두 흡수하려면 30년생 소나무 3.6그루가 1년간 활동해야 합니다. 1년으로 따지면, 제 한 몸이 만들어낸 탄소를 도로 흡수하는데 무려 1,3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필요합니다.

이 수치들이 다 어디서 나왔냐고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구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가 진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1인1톤 줄이기' 운동 홈페이지와 한국일보 기후변화팀이 만든 인터랙티브 '한끼밥상 탄소계산기'를 활용해봤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한국이 1인당 탄소 배출 '최고'

아니, 유별나게 뭔가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보냈는데 저렇게나 배출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산업계에서 거론되는 큰 이야기들 못지 않게, 개개인의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13.8톤에 달합니다. 1990년에 비해 102.6%나 늘어난 양입니다. G20, 즉 주요 20개국 평균 7.15톤보다 2배 가까이 많습니다.

이런 증가세라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가운데 1인당 탄소배출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사단법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제각기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성실히 이행했을 경우를 따져봤더니, 2030년 한국의 1인당 탄소배출(9.17톤)이 미국(8.59톤)과 캐나다(8.12톤)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1인당 탄소배출이 증가 추세에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더 낮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2017년 대비 24.4%인 반면,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캐나다는 2005년 대비 40~45%를 감축목표로 내세워두고 있습니다.


가전제품 콘센트만 뽑아도 ...

그러면 실생활에서 탄소배출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약간만 절약해도 크게 달라집니다. 환경부는 냉난방온도만 2도씩 조절해도 연간 탄소배출 166.8㎏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름철에는 25~28도, 겨울철에는 18~20도 정도만 유지하는 겁니다. 또 냉장고의 냉장실은 60%, 냉동고는 100% 채우는 게 좋습니다. 냉장실은 냉기가 잘 순환돼야 하지만 냉동고는 냉기가 빠지지 않아야 하니까요.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가전제품을 쓰지 않을 땐 콘센트를 뽑아 놓거나 멀티탭을 이용해 해당 기기의 탭 전원을 끄는 겁니다. 아예 대기전력이 낮거나 절전모드가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렇게 대기전력만 최대한 차단해도 연간 81.5㎏의 탄소배출이 줄어든 답니다. 이 정도만 해도 1,871만110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 답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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