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표' 봉사활동에 불참한 대선주자 '빅4'... 野 주도권 다툼 본격화

입력
2021.08.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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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내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이달 말 출발하는 '경선 버스' 운전자로서 흥행을 주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선주자들은 자신들이 '주인공'인 만큼 이 대표에게 여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하면서다. 입당 과정에서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 대표 간 기 싸움도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경선주자인 김태호·안상수·원희룡·윤희숙·장기표·장성민·하태경·황교안 후보 등 8명과 함께 주민들에게 물과 삼계탕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 대표는 "경선 버스 출발을 봉사하는 자세로 시작한 것을 국민이 좋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주자 지지율 1~4위를 달리는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최 전 원장은 출마 선언, 홍 의원은 휴가, 윤 전 총장과 유 전 의원은 개인 일정을 들어 불참했다. 그나마 최 전 원장 측에선 부인 이소연씨가 참석했으나 나머지 후보들은 대리인도 없었다.

하태경 의원은 봉사활동 후 페이스북에 "이유야 어쨌든 첫 번째 당 대외행사에 불참한 것에 대해선 유감을 표한다"며 "당에서 준비한 행사를 이런 식으로 보이콧하면 과연 '원팀 경선'이 될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불참한 주자들은 이날 행사에 참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다. 12명의 주자가 모여 주목을 끌기 어려운 행사에 참석하기보다 개인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실을 다지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봉사활동에 불참한 한 캠프 관계자는 "당장 중요한 일도 아닌데 이 대표가 대선주자들을 불러 모아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다"며 "주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가 주목받기 위한 행사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신경전도 현재진행형이다.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으로 '이준석 패싱' 논란이 제기된 후, 윤 전 총장은 본인을 위한 입당 환영식에서 15분간 별도의 장소에서 대기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대표가 검찰총장 시절 '윤석열 저격수'로 불린 김진태 전 의원을 대표실 산하 대선후보 검증단장으로 검토하는 것도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공개 일정으로 당내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의 청와대 앞 1인 시위 현장 방문만 짧게 소화했다.

이 대표는 불참한 주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공식 일정을 참석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불참)은 후보의 자유"라면서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의지로 임한 첫 출발 이벤트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지 국민께서 의아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