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가 있는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소방공무원을 대동해 강제로 따기도 했다. 숨겨놓은 현금은 물론, 그림, 마당의 수석 등 돈이 되는 것이라면 모두 딱지를 붙이고 압류했다. 그러다 복병을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면 압류가 어려워지자 이들은 ‘비대면 징수’로 전환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저작권 특허권 같은 재산권 압류에 집중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서울시는 4일 “38세금징수과에서 지난달 말 기준 1,826억 원의 체납세금을 걷었다”고 밝혔다. 이는 시가 설정한 올해 징수목표 2,010억 원의 92%에 이르는 액수다. 납세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38조’에서 딴 38세금징수과는 서울시가 2001년 8월 3일 전국 지자체 최초로 띄운 체납세금 징수 전담조직이다.
시 관계자는 “초기에 부서명 앞 숫자 38이 뭐냐고 묻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많이 알려졌다”며 “그 헌법을 내세운 명칭 덕분으로 그간 4,745만 건, 3조6,000억 원의 체납 세금 징수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는 시 한 해 예산(40조 원)의 10%에 근접하는 규모다.
이 성과의 배경에는 다양한 ‘징수의 기술’이 있다. 출범과 동시에 ‘가택수색’을 통한 동산압류를 처음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시 관계자는 “국세기본법상 체납액에 따라 5년, 10년이 지나면 징수할 수 없지만, 재산을 압류하면 평생 징수권을 갖게 된다”며 “징수권 소멸을 막기 위해 갖은 민원 우려에도 불구하고 체납자의 집을 찾는 방법을 택했고, 출범 초 1년 만에 1,200억 원을 징수했다”고 말했다. 동산압류는 이후 비슷한 기능의 팀이나 부서가 설치된 전국 지자체에 안착한 징수 기법이다.
그뿐만 아니다. 인터넷 도메인, 법원 공탁금, 은행 대여금고, 정원 수목 및 수석 압류 역시 38세금징수과가 전국 최초로 시도한 징수 기법이다. 최근에는 체납자들이 수년 동안 금융기관에서 고액의 현금을 자기앞수표로 교환해 사용한 사실을 포착하고, 사용처를 조사한 뒤 체납세금을 받아내기도 했다.
특히, 가상화폐 압류를 통한 징수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시 관계자는 “2018년 조사관 가운데 한 명이 외국에서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사 먹었다는 이야기가 발단이 됐다”며 “가상화폐가 압류대상이 되는지 법률 검토를 이어가던 중 국세청 간담회에서 관련 사례를 확인, 올 초 주요 가상화폐거래소 3곳에서 고액체납자 676명의 가상화폐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실적이 쌓이면서 조직도 몸집을 키웠다. 2001년 출범 당시 2개 팀 25명에서 7년 만에 ‘과’ 단위 조직으로 승격됐고, 현재는 5개 팀 31명의 전문조사관과 6명의 민간채권 추심 전문가가 활동 중이다. 이병욱 38세금징수과장은 “양심 불량 체납자에겐 철퇴를 놓고, 생계형 체납자에 대해선 복지 지원을 하는 현대판 암행어사가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