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밖에 안 나오는' 폭염 뚫고… 여자 골프 2연속 金 순항

입력
2021.08.0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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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1R
고진영, 3언더파 공동 4위로 출발 
박인비도 2언더파로 2연패 도전 순항


2020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 1라운드가 열린 4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 18번 홀을 빠져나온 김세영(28)은 “진짜 웃음밖에 안 나온다”며 살인적인 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살이 따갑도록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 탓이다.

일본 환경성에 따르면 이날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대부분 지역에 ‘열사병 경보’가 내려졌다. 대회장이 있는 사이타마현은 전날까지 열사병 경보를 피해갔지만, 이날부턴 예외 없었다. 김세영은 “선수 생활 하면서 제일 더운 것 같다”며 “땀이 잘 나지 않는 편인데 너무 고생했다”고 했다.


앞서 경기를 마친 김효주(26)의 다리는 아예 벌겋게 익어 있었다. 긴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 김세영과 달리 반바지를 입었던 그는 “내일 2라운드 나가기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정말 많이 발라야 할 것 같다”며 “이제 (남은 대회 기간 중) 긴 바지는 (살갗이) 쓸릴까 봐 못 입을 것 같다”고 했다.

가뜩이나 햇볕 알레르기가 있는 김효주는 “처음엔 가렵다가 따갑고, 긁으면 상처가 난다”며 “(숙소에) 가자마자 냉찜질을 할 것”이라고 했다. 과거 착용했던 복면이라도 쓰고 싶은데, 아버지가 “얼굴 보고 싶다”며 우회적으로 복면을 반대한 터라 가지고 오지 않았다.


2016 리우올림픽 때 박인비(33)가 우승한 이후 두 대회 연속 금메달 도전에 나선 태극낭자들이 폭염 속에 무사히 1라운드를 마쳤다. 이날 대회장이 위치한 사이타마현 낮 최고기온은 36도, 체감온도는 40도를 훌쩍 넘었다. 한국 선수들은 과일을 챙겨 오거나, 수시로 수분 섭취를 해가며 첫날 일정을 견뎌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우승을 향해 순항했다. 4명의 한국 선수가 모두 선두와 큰 격차를 두지 않고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고진영(26)은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기록, 5언더파 66타로 선두를 달린 스웨덴 마들렌 삭스트룀(29)에 2타 뒤진 공동 4위에 올랐다. 생애 처음 올림픽 무대에 나선 고진영은 이날 12번 홀(파4)까지 버디 2개와 보기 3개로 1언더파를 기록 중이었지만, 13번 홀(파4)부터 내리 4개 홀에서 버디를 따내며 초반부터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올림픽 2연패를 꿈꾸는 박인비와 5년 전 아쉬움을 이번에 달래기로 마음먹었던 김세영은 나란히 2언더파 69타로 공동 7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퍼트에 아쉬움을 남겼다. 리우올림픽 당시 은,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 중국의 펑샨샨(22)과 같은 조에서 출발한 박인비는 초반엔 매서운 아이언 샷 감각을 앞세워 상승세를 탔다. 특히 2번 홀(파4) 두 번째 샷이 핀을 스치고 홀을 돌아 나온 장면이 압권이었다. 하지만 박인비는 후반 들어 퍼트 감이 떨어지며 아쉬움을 남겼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며 이날의 유일한 보기를 기록했다. 김세영은 “마지막 3개 홀에서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묶어 1언더파 70타를 기록, 리디아 고 등과 공동 16위에 올라 있는 김효주는 “평소 첫 홀에 긴장을 많이 해서 오늘도 그럴 것 같았는데 의외로 편안했다”며 “너무 편하게 쳐서 내일은 긴장감을 좀 가져볼까 싶다”고 했다.

사이타마=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