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가운데 두 가지 이상 앓으면 유전성 암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윤영 일산차병원 상부위장관외과 교수팀이 정재호 연세대 교수, 올리비에 헤리스멘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UCSD)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다.
연구팀은 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중 두 가지 이상 진단받은 환자 71명의 생식세포 변이를 분석한 결과, 15명(21.1%)에게서 유전성 암 증후군 중 하나인 린치(Lynch) 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에 선천적인 암 발생 위험 돌연변이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55세 이전의 비교적 젊은 연령에 두 가지 이상 암을 앓으면 43%(30명 중 13명)의 환자에게서 암 발생 위험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7월호에 게재됐다.
최근 암 치료 성적이 좋아지면서 생존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신체에 다른 암이 또 발생하는 중복 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학계는 중복 암이 유전적인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중복 암이 체계적으로 연구된 것은 처음이다.
최윤영 교수는 “암 발생 위험 돌연변이는 일반인의 1~3%, 암 환자 가운데 5%에서 발견되는데, 43%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젊은 나이에 두 가지 이상 고형 암이 있으면 유전성 암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환자에게서 암 발생 위험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직계 가족도 동일한 변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유전자 검사를 통한 적극적인 관리와 예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젊은 중복 암 환자의 정상 조직과 암 조직의 유전체 비교 분석을 통해 FANCG와 CASP8이라는 유전자의 특정 선천적 돌연변이가 암 발생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예방적 유방ㆍ난소 절제로 BRCA 유전자 등 유방암ㆍ난소암 증후군은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한 암인 위암과 대장암과 밀접하게 관련된 린치 증후군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 등 유럽에서는 린치 증후군이 대장암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위암에서도 많이 발생한다.